길이 4.6m, 몸무게 800㎏에 달하는 거대 악어가 하수구에 끼어있다가 구출됐지만 끝내 숨져 안타까움을 안겼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르네오 포스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소방청은 지난 10일 밤 11시쯤 사라왁주 림방의 초등학교 하수구에 길이 4.6m, 몸무게 800㎏에 이르는 거대한 악어가 끼어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악어가 언제부터 하수구에 끼어 있었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악어가 하수구에 끼여서 오도가도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날 지게차를 동원해 구조 작업에 나섰다.
이들은 악어가 물지 못하게 입을 묶은 뒤 밧줄, 지게차로 악어를 끌어 올려 트럭에 실었다. 이후 이 악어는 안전한 서식지로 이동해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고, 현지 주민들은 SNS를 통해 악어가 구출되는 장면을 공유하면서 기뻐했다.
현지 네티즌들은 “저렇게 통통한 악어가 어떻게 초등학교 하수구까지 들어갔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끼어있었을까?”라며 신기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그러나 곧이어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하수구에서 구출된 악어가 숨졌다는 것.
12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보르네오 포스트, 프리 말레이시아 투데이 등에 따르면 사라왁산림청(SFC)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악어가 하수구에 끼어 있을 때 총에 맞아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소방관들과 SFC 소속 신속야생행동팀(SWAT)이 구조 작업을 벌일 당시 악어는 이미 머리에 총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SFC 관계자는 “악어는 12일 사망한 뒤 비공개된 장소에 묻혔다”면서 “누가 악어에 총을 쐈는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SFC 대표 역시 악어가 총상을 입고 숨진 것과 관련해 “대중의 의식 부족에 실망했다. 이것은 보호종 살상사건으로 분류된다”며 “야생동물보호조례에 따르면 하수구에 갇힌 악어를 죽여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그는 동시에 강 근처에 사는 주민들에게 악어를 발견할 경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가까운 SFC 사무소에 악어 목격 사실을 알리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