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3위로 추락? ‘윤석열 여론조사’의 비밀

입력 2020-11-13 14:18 수정 2020-11-13 14:49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1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각각 19%로 공동 1위를 차지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발표된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윤 총장이 24.7%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지지율은 반 토막이 났고 순위는 2계단이나 떨어졌다. 격차가 크다 보니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여론 조사 방법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윤 총장이 11%를 기록한 한국갤럽의 조사는 ‘주관식’ 유형이다. 조사기관이 ‘다음번 대통령 감으로는 누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서 나온 이름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보기’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조사 방식의 특성 때문에 윤 총장을 후보군에 넣어 객관식 형태로 묻는 다른 여론조사보다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다. 윤 총장이 정계 진출을 공식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응답자들 사이에서 대선 후보라는 인식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조사기관 관계자는 “후보군 없이도 그 사람의 이름을 명확히 답변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충성도 있는 지지층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다른 조사와의 비교보다는 같은 조사에서의 추세 비교가 더 의미가 크다. 한국갤럽의 10월 조사에서 윤 총장은 3%의 지지율을 받는데 그쳤다. 전 지역과 계층에서 낮은 수준의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11%를 기록한 11월 조사에서는 수도권과 경상도 지역, 50대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강세를 보였다. 전통적인 보수 야권은 물론이고 중도 성향의 무당층에도 어느 정도 확장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국정감사에서의 작심 발언 등이 인지도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지난 달 22일 국정감사장에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정무 감각이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등 공개적으로 작심 발언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3%를 기록한 10월 조사는 작심 발언 이전에 진행됐고, 11%를 기록한 11월 조사는 작심 발언 이후 진행됐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는 않는다. 다만 출마를 선언한 적도 없는 현직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이른바 ‘윤석열 현상’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 입장에서는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윤 총장의 고공행진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는 야권도 윤석열 현상을 마냥 반길 수는 없는 처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