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의사, 산모 식도에 호흡기 꽂아…수술 후 사망

입력 2020-11-13 10:18 수정 2020-11-13 10:27
술에 취한 상태로 제왕절개 수술을 집도한 헬가 바우터스(51)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BBC

술에 취해 제왕절개 수술을 하다 산모를 죽음에 이르게 한 벨기에 출신 의사가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의 보도에 따르면 2014년 9월 프랑스 남서부의 오르테즈 병원에서 취중에 수술을 집도했다가 산모 신시아 호크(28)를 사망하게 한 의사 헬가 바우터스(51)에게 과실치사 혐의로 면허정지 처분과 함께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또 피해자 가족들에게 약 165만 달러(약 18억4000만원)를 배상하라고도 명령했다.

프랑스 수사기관에 따르면 바우터스는 수술 중 인공호흡용 튜브를 호크의 기도가 아닌 식도에 삽관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호크는 수술 도중 마취에서 깨 구토를 하며 “아프다”고 소리쳤고, 심장마비가 와 수술 후 나흘 만에 사망했다. 그의 배 속에 있던 아기는 살아남았지만, 호크는 돌이킬 수 없는 혼수상태에 빠져 막 태어난 아이를 볼 수도 없었다.

수술에 참여했던 간호사들은 수술 집도 당시 바우터스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면서 수술실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증언했다. 수술이 끝난 뒤 체포된 바우터스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리터당 2.38g으로 와인 10잔에 해당하는 정도였다.

신시아 호크(28). 가디언

조사 결과 바우터스는 이전부터 알코올중독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매일 아침 보드카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며, 보드카를 물에 섞어 병에 담아 들고 출근했다. 업무 중에도 하루종일 술을 마셨다는 뜻이다. 사고가 난 제왕절개 수술 호출을 받기 전에도 와인 한 잔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바우터스는 알코올중독으로 벨기에의 한 병원에서 해고됐다가 오르테즈 병원으로 옮긴 지 2주 만에 이번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으며, 오르테즈 병원 측은 그의 징계 기록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고용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바우터스는 이번 수술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호크의 사망에 대해서는 수술실의 인공호흡기가 잘못됐다며 기계를 탓했다. 그러나 이후 기계를 검사한 전문가들은 인공호흡기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우터스는 “알코올중독 증세가 있어 의사라는 직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평생 이번 일을 후회할 것”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황금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