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5인조 그룹 ‘SS501’의 멤버로 활동했던 가수 겸 배우 김현중씨가 과거 연인 사이였던 A씨와 5년에 걸친 민·형사소송전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2일 A씨가 김씨를 상대로 낸 16억원대 민사소송을 최종 기각하고, 오히려 김씨에게 위자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김씨에 대한 사기미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형사사건에서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사건의 시작은 201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김씨에게 복부를 맞아 유산했다”며 김씨를 폭행치상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A씨는 김씨에게서 6억원의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다. 이 과정에서의 모든 논의를 밝히지 않는 ‘비밀유지 합의’도 있었다.
그러나 2015년 4월 A씨는 다시 김씨가 임신중절을 강요했다는 등의 이유로 16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김씨도 그해 7월 A씨에게 맞소송을 냈다. A씨가 김씨에게 폭행 당해 유산했다는 허위사실을 인터뷰로 내보내 명예훼손 당했다는 이유였다.
1심은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오히려 A씨가 김씨에게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A씨가 김씨의 폭행으로 유산한 사실이 없고, 허위사실을 언론 인터뷰로 공개해 김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본 것이다. A씨 측은 김씨도 언론 인터뷰로 자신과의 합의를 깼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같은 판단은 항소심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대법원도 “A씨가 자신의 주장이 허위임을 알았다고 인정하긴 어렵지만, 필요한 확인이나 조치를 게을리해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과 같이 판단했다.
앞서 A씨는 2015년 4월 조작된 카카오톡 메시지를 증거로 ‘김씨에게 폭행 당해 유산했다’는 취지의 소장을 접수한 혐의(사기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해 5월 이 메시지를 바탕으로 인터뷰를 하거나 방송사에 보도되게 한 혐의도 있었다.
1심은 사기미수 혐의 중 일부를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다른 사기미수와 명예훼손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A씨가 김씨 아이를 실제로 임신한 것인지, 김씨 폭행으로 유산을 한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면서도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민사사건에서 A씨의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형사책임을 묻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민법상 불법행위는 고의 없이 과실 만으로 가능하지만, 형사처벌 대상인 범죄는 고의가 존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