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기소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진상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정 차장검사에 대한 대검의 직무배제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반면 서울고검은 정 차장검사 기소에 수사팀 내부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법무부는 추 장관이 지난 5일 대검찰청 감찰부에 이 같은 내용의 진상조사 지시를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법무부는 또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배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대검 감찰부장이 배제되는 등 절차상 문제점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 자제하라고 쓴 소리를 한 지 하루 만에 다시 공세에 나선 것이다. 서울고검은 정 차장검사를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수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독직폭행)로 지난달 기소했다.
법무부는 ‘서울고검 윗선에서 주임검사를 배제하고 정 차장검사 기소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고검 관계자는 “당시 내부에 불기소 의견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서울고검에서는 정 차장검사에 대해 독직폭행 혐의를 적용할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주로 오갔다고 한다. 물리적 폭행에 대한 사실관계는 의견이 모두 일치했다는 것이다.
서울고검 명점식 감찰부장이 최종적으로 독직폭행 혐의를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기소했다. 기존 주임검사는 참고인을 한 명만 조사해 주임검사 이름으로 기소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내부 판단도 있었다고 한다. 사안이 중요한 만큼 차장 전결이 아니라 조상철 서울고검장이 최종 결재했다.
대검에서는 법무부가 직무배제 요청 과정을 문제 삼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요청은 검사징계법상 규정된 총장의 권한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감찰부장이 배제된 것은 절차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또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문제 삼았다. 추 장관은 피의자가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는 경우 제재하는 법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검찰의 피의자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해온 추 장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한 검사장은 “헌법상 권리인 방어권 행사를 ‘악의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라 황당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진보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정부에서 인권보장을 위해 수십년간 쌓아 올린 중요한 원칙들을 하루 아침에 유린해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