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속 ‘캐나다 대표팀’ 랩터스, “우리집 못 떠나”

입력 2020-11-13 06:00
토론토 랩터스의 OG 아누노비(오른쪽)가 지난 9월 6일 NBA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보스턴 셀틱스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던 중 제일런 브라운에게 안면을 찔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 도시 토론토를 연고로 하는 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구단 토론토 랩터스가 다음 시즌 일정을 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캐나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침에 따라 홈경기를 금지당한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선례대로 다음 시즌 연고를 떠나 미국에서 시즌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경우 실질적 홈경기 없이 시즌 내내 원정과 다름 없는 환경에 놓인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랩터스 구단 측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다음 시즌 홈경기 계획 관련해 “토론토에서 경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날 NBA와 선수노조(NBPA)가 공식적으로 크리스마스 직전인 다음달 22일에 2020-2021시즌 정규리그 72경기를 치르기 시작하기로 합의한 직후였다. 최근까지 랩터스의 이번 시즌 임시 홈구장 후보지로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뉴욕주 버팔로, 오하이오주 뉴어크 등이 거론돼왔다.

디애슬레틱은 구단 관계자를 인용해 랩터스가 여러 경로를 통해 캐나다 정부에 코로나19 지침을 어기지 않는 내에서 홈경기를 치르는 데 필요한 허가를 얻어낼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캐나다 정부는 앞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같은 토론토 연고의 MLB 구단이자 류현진의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홈경기를 치르지 못하도록 명령한 바 있다.

토론토가 속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코로나19가 갈수록 맹렬한 기세로 번지는 중이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하루 신규 확진자수가 100명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었지만, 지난 10일에는 하루 신규확진자가 1531명에 달했다. 닷새 중 나흘 신규확진자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28일부터 2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만5360명이다. 지난 10일까지의 누적 확진자는 9만227명, 누적 사망자는 3320명이다.

이번 결정은 NBA 사무국보다도 캐나다 정부에 달려있다. 현재 캐나다는 한국과 동일하게 특수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입국 시 14일 격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캐나다 정부가 랩터스 관련 건에 대해 복수 요청에도 답하길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 시즌 전 구단 역사상 최초로 NBA 파이널 우승에 성공하며 ‘언더독’ 성공신화를 쓴 랩터스는 지난 시즌에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으나 1라운드에서 브루클린 넷츠에 패해 탈락했다. 당시에도 랩터스가 함께 플레이오프 ‘버블’에 들어간 다른 팀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는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는 있었다.

랩터스가 NBA 다음 시즌에도 홈경기를 치를 가능성은 아직 살아있다. NBA는 구단별 선수단 규모가 17명 수준으로 다른 종목에 비해 매우 작기에 코로나19 전파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디애슬레틱은 랩터스의 마사이 우지리 회장이 캐나다 주정부를 비롯해 연방정부 주요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것도 당국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온타리오주에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가 기세를 조만간 누그러뜨리지 않는다면 이 역시 소용이 없을 수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