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금소법 시행 앞두고 머리 맞댄 은행들

입력 2020-11-12 17:13

내년 3월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앞두고 은행들이 머리를 맞댔다.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책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최근 불거진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소비자 보호 이슈가 한층 두드러진 상황에서 업계 목소리가 얼마나 힘을 얻을지 주목된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의 금융소비자보호 담당자들은 최근 ‘금소법 대응 TF 회의’를 열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령과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고, 은행권에서 함께 건의할만한 내용을 추려 당국과 협의·조율하고자 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공동 TF를 구성하고, 법령 검토를 위한 법률대리인 자문 등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제정된 금소법은 금융회사의 설명 의무,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등을 위반시 관련 상품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 등을 담고 있다. ‘청약 철회권’도 있다. 은행대출이나 보험상품, 펀드 등에 이르기까지 일정 기간 내에는 아무런 사유 없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소법 시행령을 지난달 2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시행일은 내년 3월 27일이다.

은행들은 대응책 마련에 팔을 걷었다. 저마다 소비자 보호에 관한 내부 모범규준을 두고 있지만, ‘강도가 센’ 내용들이 대거 추가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장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일부 수정 등을 요구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은 공동 TF에 앞서 이미 자체 내부 TF를 만들었거나 준비 중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은 저마다 소비자보호부서 등을 주축으로 금소법 대응 TF를 가동하고 있다.


이들 TF에서 검토된 내용들은 비중에 따라 은행 공동 TF에서도 논의된다. 업계 내부에서는 금소법 가운데 일부는 자칫 업계의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징벌적 과징금이 대표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징벌적 과징금의 경우, 판매 상품으로 얻은 ‘수익’이 아닌 판매금액 전체(수입)를 과징금 기준으로 삼은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펀드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익은 많아야 판매액의 2% 안팎이다. 100억원 어치의 펀드를 팔았다면 2억원 정도인데, 금소법 시행령은 과징금으로 50억원까지 토해낼 수 있도록 했다.

청약철회권과 관련, 대출상품의 경우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대출을 받은 뒤 해지요구권을 행사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한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은행이) 해지요구권을 거절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 정당한 사유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청약철회권의 남발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횟수를 제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