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2연패를 달성하고 투어 사상 최다승을 경신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가을에 열린 마스터스에서 1년을 넘게 탈환하지 못한 투어 우승에 도전한다. 우즈는 “지난해 우승을 생각하면 지금도 짜릿하다”며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우즈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파72·7475야드)에서 개막하는 제84회 마스터스 1라운드를 셰인 로리(33·아일랜드), 아마추어에서 초청을 받은 앤디 오글레트리(22·미국)와 함께 출발한다. 2라운드까지 이들과 동반 라운드를 펼친다.
우즈의 출발선은 10번 홀(파4). 마스터스는 출전자 전원의 1번 홀 티오프가 관례다. 올해의 경우 일몰이 빠른 11월에 개최되는 탓에 출발 지점을 1번과 10번 홀로 나눴다. 1934년 원년 대회의 3월 개최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4월을 벗어난 적이 없던 마스터스가 코로나19 대유행에 휩쓸려 7개월을 순연하는 과정에서 펼쳐진 진풍경이다.
계절과 풍경은 달라졌지만 코스의 난도는 변하지 않았다.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은 곳곳에 도사리는 벙커와 해저드로 공을 한번 잘못 빠뜨리면 헤어나기 힘들다. 미끄러운 그린에서 퍼트를 놓치면 홀컵 주변을 맴돌게 된다. 그중에서도 11~13번 홀은 극강의 난도를 자랑한다. 일명 ‘아멘 코너’. 프로골퍼마저 기도할 만큼 어렵다는 의미로 붙은 별칭이다.
이런 마스터스가 우즈에게는 유독 특별할 수밖에 없다. 우즈는 투어 통산 82승, 그중 메이저 통산 15승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마스터스에서만 5승을 수확했다. 당시 나이 만 22세로 사상 최연소 마스터스 챔피언에 올랐던 1997년을 시작으로 2001·2002·2005년에 우승을 휩쓸었다.
‘불륜 스캔들’과 무릎 부상으로 2010년대 내내 암흑기를 보냈던 우즈는 무려 14년 만인 지난해 4월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로부터 반년 뒤인 지난해 10월 일본 지바현 인자이 아코디아 골프 나라시노 컨트리클럽에서 PGA 투어 ‘아시아 스윙’으로 열린 조조 챔피언십에서 통산 82승을 달성했다. 이는 2002년 사망한 샘 스니드(미국)가 생전에 이룬 투어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우즈는 그 이후로 1년 넘게 우승 트로피를 되찾지 못했다. 오는 16일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를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서 완주하면 PGA 투어 통산 최다승을 83승으로 경신할 수 있다. 또 잭 니클라우스(80·미국)가 보유한 마스터스 최다 우승 타이기록(6회)에 도달한다.
우즈의 우승 열망은 강하다. 우즈는 지난달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을 먼저 찾아 연습 라운딩을 펼쳤고, 지난 9일에도 전체 코스의 절반인 9개 홀을 돌며 퍼트 등 쇼트 게임을 연습했다.
우즈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우승을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우승한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짜릿하다. 당시 그린 뒤로 내려가 아들 찰리를 안으면서 1997년의 아버지와 나를 떠올렸다”며 “몸 상태는 지난해보다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