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전날, 교사 품에 안겨만 있던 아이…병원 또 데려갈걸”

입력 2020-11-12 10:31 수정 2020-11-12 19:26
학대 의심을 받는 엄마(왼쪽). 오른쪽은 숨진 16개월 여아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YTN

자신을 입양한 엄마의 학대로 숨진 것으로 의심되는 16개월 여아의 어린이집 관계자가 “처음 등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 멍이 들었다”며 당시 아이의 심각했던 건강상태를 증언했다.

어린이집 관계자 A씨는 “(사망한 B양이) 처음 등원한 것은 지난 3월”이라며 이후 몸 곳곳에 멍이 들어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고 12일 YTN에 밝혔다. 지난 7월 중순쯤에는 엄마가 B양에게 열감기 증세가 있다며 약 두 달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B양이 다시 등원한 것은 9월 23일. 어린이집 측은 아이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두 달 결석하기 전에는 아장아장 걷고 주변을 탐색하기 바빴다”면서 “(다시 온 B양은) 비쩍 말라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앉아만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어린이집 교사는 이날 B양을 엄마 몰래 병원에 데려갔다. 진료를 본 의사는 영양실조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입안 염증 때문에 잘 먹지 못해 살이 빠진 것”이라는 엄마 말만 믿고 수사를 종결했다.

A씨는 “(당시 B양이) 삼키는 것을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긴 했는데 그래도 거의 다 먹고 갔다”며 “저랑 조리사 선생님이 ‘아이 목에 상처가 있어서 안 먹었다는데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잘 먹었다’라고 말했었다”고 했다. 엄마의 해명과 달리 B양은 큰 어려움 없이 음식을 삼켰다는 것이다. B양을 진료한 의사도 입안 염증은 거의 다 아문 상태라고 교사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B양이 사망하기 전날인 지난달 12일 어린이집 측은 아이의 상태가 더욱 나빠져 있었다고 했다. 배도 이상할 정도로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A씨는 “그날 또 아이가 이유식을 거부했다”면서 “거의 종일 선생님들끼리 돌아가면서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도 병원에 갈걸… (그러지 못해) 제일 후회가 된다”고 털어놨다.

B양은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심정지 상태로 실려 와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당시 B양의 몸 곳곳에 멍 자국이 있었고 쇄골과 늑골도 골절된 것으로 추정됐다. B양을 본 병원 관계자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나타났다. 무언가에 의해 등 쪽을 강하게 맞아 장기가 손상됐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아이를 입양한 뒤 학대한 의혹을 받는 엄마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11일 구속됐다.

B양의 죽음을 두고 경찰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B양이 사망하기 전까지 여러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엄마 말만 믿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 신고는 지난 5월 어린이집 직원이 했고, 약 한 달 뒤 아이가 차 안에 방치돼 있다며 이웃 주민이 신고했다. 이후 9월 소아과 원장까지 총 세 차례의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B양을 다시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경찰은 현재 점검단을 구성해 이전 3건의 신고가 규정에 맞게 처리됐는지 확인 중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