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 영입 제의를 완곡하게 거절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자사 대표 모바일 게임 ‘리니지2M’ 1주년 기념 광고에 깜짝 출연했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전날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리니지2M 스페셜 영상’에 김 대표가 특수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영상은 유다희씨라는 여성이 “다희”라고 자꾸 외치는 대장장이들을 보고 의아해하는 내용이다.
‘유다희’는 게임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YOU DIED’(당신은 사망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뜨는 것을 한국 사람 이름처럼 희화화한 게임계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이다.
영상에서 김 대표는 노란색 머리의 중세시대 대장장이로 분해 코믹 연기를 펼친다. 리니지2M 개발을 주도한 이성구 총괄프로듀서, 백승욱 개발실장, 김남준 PD도 김 대표와 함께 대장장이로 열연해 웃음을 자아낸다.
김 대표와 개발진은 리니지2M 1주년을 맞아 유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광고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광고 출연은 처음이 아니다. 김 대표는 2017년 ‘리니지M’ 광고에도 여러 번 출연하면서 게임 이용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 ‘택진이 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후보나 당 미래산업일자리특위 위원 등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 엔씨소프트 본사를 찾아 김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 후 취재진이 ‘정치에 뜻이 있느냐’고 묻자 “전혀 없다. 나는 기업가”라며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도 ‘김 대표와 또 만날 수 있겠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뭐 때문에 추가로 만날 필요가 있겠어요”라고 답해 김 대표 영입 의사를 접었다는 해석을 낳았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정치적 성향이 국민의힘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엔씨는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열리던 날 ‘리니지’ ‘아이온’ 등 모든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애도 문구를 띄운 바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자신의 정치권 진출설 때문에 일부 엔씨 임직원이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자 회사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광고 출연을 결심했다는 말이 나온다. 김 대표는 올해 8월 엔터 자회사 ‘클렙(KLAP)’을 설립하고 자신의 동생 김택헌 엔씨 수석부사장을 클렙 대표로 앉혔다. 또 엔씨는 KB증권과 함께 인공지능(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