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비롯 전 세계 농인(聾人)을 위해 헌신한 국제농아인선교회(DMI) 총재 네빌 뮤어(사진) 선교사가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소천했다. 향년 75세.
임종을 함께 한 오세황 호주 선교사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농인들의 ‘선한 사마리아인’ 네빌 뮤어 선교사가 오늘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다. 전립선암과 방광암, 피부암 등으로 투병하면서도 열심히 농아선교 사역을 담당했다. 하늘나라로 가는 그의 모습은 너무 평안했다”고 말했다.
큰아들 브렌트 뮤어는 부친 사망 이틀 전 카톡 문자에 “아버지는 지금 암으로 고통 중에 있지만 기쁨으로 하나님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일평생을 소리 없는 세상 속의 농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그들을 돌보고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일을 주고 하나님의 자녀로 인도하는 일에 충성을 다했다. 하나님께 돌아가려 한다”고 전했다.
호주 출신인 그는 40년간 농인 선교에 헌신했다.
19개국에 110개의 농교회를 개척했고 농학교 7개, 우간다와 이집트에는 농신학교를 설립했다. 비장애인인데도 한국 호주 일본 미국 등 7개국 수화에 능통하다.
그의 한국 농인과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올라간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 선교사로 일하신 적이 있는 교회학교 선생님을 통해 한국이란 나라를 알게 됐다.
어렸지만 다음에 선교의 기회가 주어지면 꼭 한국에서 선교하겠다고 하나님께 서원했다.
뮤어 선교사는 약속을 지켰다.
호주 글렌도널드사범대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하고 농학교 교사가 된 그는 1978년 12월 아내 릴 뮤어 선교사와 함께 한국 농선교를 위해 인천에 도착했다.
인천 임마누엘 농교회 개척을 시작으로 30여년간 서울 인천 논산 춘천 등지에 농교회 20개를 세웠다.
500여명의 농인 기독인과 30여명의 농인 목회자, 선교사들도 탄생하게 만들었다.
일본 농선교 활동에 이어 2001년부터 호주에서 DMI 선교 사역을 담당했다.
뮤어 선교사는 평소 자식과도 같은 한국 농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지난 시절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우리의 사역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