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재향군인의 날인 11일(현지시간)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풀 기자단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오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의 기념비를 찾아 15분간 머물렀다.
한국을 ‘혈맹’ ‘친구’라며 각별한 마음을 표해 온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참전용사의 뜻을 기리는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동맹과의 관계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질 바이든 여사와 손을 잡고 성조기와 태극기가 머리 위로 펄럭이는 광장의 검은 대리석 기념비에 도착했다. 현지 의장대가 국기를 게양하고 엘버트 엘 일병의 기도에 이어 충성의 맹세 암송이 이어졌다.
행사를 주재한 필라델피아 판사인 패트릭 듀건과 짐 케니 필라델피아 시장에 이어 바이든 부부가 세 번째로 기념비에 헌화했다. 기념비 앞에 잠시 서서 묵념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행사에 참석한 일부 인사들과 사진 촬영에 응했지만 공식 발언이나 기자들과 문답은 진행하지 않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트위터 글에서 “오늘 우리는 미국 군대의 제복을 입었던 이들의 봉사를 기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참전용사들에게 나는 여러분의 희생을 존경하고 봉사를 이해하며, 국방을 위해 그렇게 용감하게 싸운 가치를 결코 배신하지 않는 최고사령관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별도 성명에서 “여러분이 마땅히 받을 만한 존경에 못 미치는 어떤 것으로 여러분이나 가족을 절대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전사자를 ‘루저(Loser)’, 즉 패배자라고 언급했다는 보도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장남인 보 바이든이 과거 이라크전에 참전했을 당시 마음 졸이던 상황을 언급하며 “군인 가족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 정말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보는 2015년 뇌암으로 사망했다.
이날 행사는 미군 참전용사의 희생과 봉사를 기리는 의미가 강해 보이지만 한국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점이 주목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승리 확정 이후 해외 우방국 정상과 잇따라 통화하며 ‘미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등 동맹 복원과 미국의 주도권 회복에 주력하는 인상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전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전통적 동맹과 잇따라 통화하며 대서양 연안국가, 즉 미국과 유럽의 동맹 재활성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날 헌화는 한국시간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당선 이후 첫 전화통화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상황에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을 “피로 맺어진 동맹”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한국이 전쟁 이후 성취한 모든 것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