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주의는 죽었다”… 범민주진영 의원 전원 사퇴

입력 2020-11-11 22:41 수정 2020-11-11 23:07
홍콩 독립을 주장했다가 직을 박탈당한 데니스 궉, 앨빈 융, 궉카키, 케네스 렁(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등 범민주파 입법회 의원 4명이 11일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중국 최고 입법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결정에 따라 입법회(홍콩의회) 의원 4명의 의원직을 박탈하자 범민주진영 의원들이 ‘전원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홍콩 범민주진영 의원 15명은 이날 입법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독립’을 외쳤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한 홍콩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클라우디아 모 의원은 기자들에게 “야당 의원에 대한 의원직 박탈은 홍콩 민주주의의 끝을 알리는 죽음의 종소리”라면서 “중국 정부는 이제 그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거나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누구든지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범민주진영을 대표하는 우치웨이 의원은 “우리의 동료이자 파트너가 중국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에 의해 의원 자격을 잃었기에 함께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범민주진영 의원들은 오는 12일 사퇴 서류를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의원들의 집단 사퇴는 지난 10일 이미 결의된 사항이다. 결의안이 현실화됨에 따라 홍콩 의회 내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중국 전인대 상무위는 홍콩 독립 지원과 중국의 홍콩에 대한 통치권 거부, 홍콩 내정에 외세의 개입 요청,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 등을 할 경우 입법회 의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홍콩 정부는 해당 결의안이 ‘일국양제’의 순탄한 이행과 홍콩의 장기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입법회 의원을 포함한 모든 홍콩 관리에게 기본법을 준수하고 정부에 충성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홍콩 정부는 상무위가 통과시킨 결의안에 따라 앨빈 융, 쿽카키, 데니스 궉, 케네스 렁 등 야당 의원 4명을 즉각 제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미국 관리와 의원들에게 ‘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한 것 등을 빌미로 지난 7월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을 받았다.

당시 선관위는 최소 16명의 범민주진영 후보들에게 ‘충성 질의서’를 보내 이같은 사항들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홍콩 정치평론가 소니 로는 블룸버그통신에 “야당 의원들에게는 (중국 정부에) 협조하거나 아니면 입법회에서 쫓겨나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게 됐다”면서 “이 경우 우리는 입법회가 향후 친정부 의원들로만 채워지는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