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개각 작게 두 차례”…12월 초 이뤄지나

입력 2020-11-11 21:38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턴 투워드 부산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정세균 국무총리가 개각과 관련해 “작게 두 차례 나눠 할 것 같다. 시점은 연말 연초보다 더 빠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 총리가 이례적으로 개각 시점과 규모까지 언급하면서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장관 교체 및 임기 말 국정 쇄신을 위한 개각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각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가변적이다 보니 상황을 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개각은 작게 두 차례로 나눠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개각 시점이 연말 연초가 맞느냐”는 질문에 정 총리는 “그보다 빠를 수도 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11일 “장관들이 예산안 심사로 국회에 출석 중인 상황에서 개각을 하면 야당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예산안이 통과되는 시점은 지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권의 기류를 감안하면 예산안 법정처리시한 이후인 오는 12월 초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각 대상 1순위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거론되고 있지만, 추 장관의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와 맞물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문재인정부 출범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거론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국회에서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학습할 기회”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교체가 유력하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상황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정 총리는 먼저 윤 총장을 향해 “가족과 측근이 어떠한 의혹을 받고 있고 수사를 받지 않느냐”며 “고위 공직자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숙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 장관을 언급하며 “검찰 개혁을 위해 수고하고 있지만 직무 수행 과정에서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두 사람이 갈등을 해결하기를 기대했으나 그러지 못해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미 대선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정 총리는 “미국 국민이 바이든 당선인을 선택한 시대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국민들은 분열이나 불안정, 대결과 반목을 물리치고 치유와 통합, 실용과 포용의 길을 제시한 바이든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월성원전 1호기 검찰 수사, 부동산, 개각 문제 등에 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정 총리는 최근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이 주춤한 상황에서 제3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정 총리는 차기 대권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데 대해 “국무총리로서 코로나19 및 경제 위기를 감당하는 게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쏟아낸 발언을 두고 사실상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받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권 도전에 나설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