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사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재판에 출석해 평생의 한을 쏟아냈다. 이 할머니는 “일본정부가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으면 영원한 전범국가로 남을 것”이라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11일 이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변론은 이 할머니의 원고 당사자신문으로 진행됐다. 이 할머니가 법정을 찾은 건 지난해 11월 첫 변론기일 이후 1년 만이다.
휠체어를 타고 출석한 이 할머니는 증인석으로 자리를 옮겨 “절박한 심정으로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위안부 피해자로서의 과거 경험을 재판부에 상세히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제가 30년 동안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며 진술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은 아직까지 거짓말만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해결을 위해서 나서지 않아 법에 호소하기 위해 이렇게 (법정에) 왔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이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 할머니는 “군인 받으라고 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있었던 대만 위안소의 내부 구조에 대해서도 사진을 보는 듯 상세히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이 끝난 직후 한국으로 돌아오자 자신을 본 가족들이 “오늘 제사인 줄 알고 혼이 왔구나”하면서 까무러쳤다고 회상했다.
이 할머니는 따로 적어온 입장문을 읽기도 했다. 그는 “일본은 저희 피해자가 있을 때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으면 영원한 전범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명딸로 태어나서 14살에 끌려갔다”며 “조선의 아이가 대한민국의 노인이 돼서 이렇게 왔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일본정부는 ‘국가면제 원칙’을 들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나 배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주권국가나 그 국가의 재산은 다른 나라의 재판관할권에서 면제된다는 이론이다. 앞서 대리인단 측 증인으로 출석했던 국제법 전문가 백범석 경희대 국제대학 부교수는 “주권면제론은 국가 간 무력충돌 사안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중대한 인권침해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은 이날로 변론 절차가 마무리됐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 13일 열린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