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5년 만에 첫 시즌제… 2021 정동극장 미리보기

입력 2020-11-11 18:48
(왼쪽부터)이규운 정동극장 예술단 지도위원, 유지연 유니버설발레단 부 예술감독, 양준모 뮤지컬 ‘포미니츠’ 예술감독,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정영주 프로듀서, 민새롬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연출, 정은영 뮤지컬 ‘판’ 작가, 박윤솔 뮤지컬 ‘판’ 작곡. 정동극장 제공

정동극장이 개관 25년 만에 처음으로 시즌제를 도입하고, 1년간 선보일 작품 13편의 일정과 내용을 공개했다.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는 11일 ‘정동극장 2021년 공연 라인업과 시즌제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개관 25년 만에 처음으로 시즌제 발표를 진행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나날이 변화하고 있는 공연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발맞춰 정동극장도 변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동극장은 개관 25년 이래 처음으로 2021년 ‘Hello, Jeongdong(헬로, 정동)’ 시즌제를 론칭해 패키지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 내년 정동극장 공연 라인업은 총 13편으로 구성됐다. 이 중 11편은 다양한 구성의 패키지 티켓으로 만나볼 수 있다.

내년 정동극장의 문을 여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배우 정영주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그는 이날 자리에 참석해 “1년 전 김 대표를 찾아가 ‘베르나르다 알바’를 개관작으로 선정해 달라’고 부탁했던 일이 떠오른다”며 “프로듀서 도전은 만만치 않았다. 양보고 하고, 고집도 부리면서 공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관 공연인 만큼 에너지 있고 힘 있게 건강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대표적인 여성 중심 서사극으로 남편을 잃고 집안의 권력자가 된 베르나르다 알바와 고압적인 그녀에게 맞서는 다섯 딸의 이야기다. 2018 초연 당시 내로라하는 여배우 10명이 한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됐다.

뮤지컬 ‘포미니츠’ 역시 기대작이다. 이 작품의 예술감독은 배우 양준모가 맡았다. 그는 “우리 공연은 정동극장이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인데,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미니츠’는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영화를 국내 창작진이 각색한 작품이다. 피아노가 인생의 전부인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뮤지컬 ‘판’도 드디어 무대에 오른다. 박윤솔 뮤지컬 ‘판’ 작곡가는 “코로나19로 공연이 계속 미뤄져 ‘언제 공연 올라오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안타까웠다”며 “이제는 자신 있게 공연 일정을 알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정동극장 대표 레퍼토리로 양반가 자제 달수가 희대의 전기수 호태를 만나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클래식 발레 ‘백조와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관객을 찾는다. 유지연 부 예술감독은 “스토리라인을 최대한 살리면서 정동극장에 최적화된 동선으로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들은 패키지를 통해 효율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각양각색 패키지’에는 유니버설발레단 ‘챔버시리즈’, 정동극장 연극 시리즈, 콘서트 ‘오선지를 걸어가는 작곡가’와 창작 초연 뮤지컬 ‘포미니츠’가 포함된다. ‘뮤지컬 패키지’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뮤지컬 ‘포미니츠’, 정동극장 레퍼토리 뮤지컬 ‘판’으로 구성됐다.

(왼쪽부터)양준모 뮤지컬 ‘포미니츠’ 예술감독,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정영주 프로듀서, 민새롬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연출. 정동극장 제공

‘정동 예술단 패키지’는 전통 예술의 가치와 정신을 기본으로 도전과 실험을 통해 동시대 관객과 소통을 추구하는 정동극장 예술단의 정기공연을 모두 제공한다. 정동극장 예술단의 첫 정기공연 ‘시나위,夢’을 비롯해 단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창작한 작품을 소개하는 ‘바운스’, 전통예술의 실감 콘텐츠 형식을 시도하는 정기공연 ‘소춘대유희(가제)’가 포함됐다.

연극은 자제제작과 공동제작 각 한 편씩 총 두 편이다.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정동극장과 프로젝트그룹 일다가 공동 기획한다. 현대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한 사람이 연기하는 1인극 형태다.

정동극장 연극 시리즈가 두 번째 작품으로 공연계 대표성을 지닌 한 명의 배우와 함께 그의 철학과 인생을 담을 수 있는 작품을 기획·제작한다. 올해 배우 송승환의 ‘더 드레서’로 첫 번째 작품이었다.

정동극장만의 콘서트도 마련됐다. ‘오선지 걸어가는 작곡가’는 작곡가가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무대다. 국내 최고의 뮤지컬 작곡가 이성준, 민찬홍의 작품들로 무대를 채운다.

이날 정동극장은 재건축 계획도 밝혔다. 김 대표는 “2022년부터 재건축을 시작한다”며 “약 300억원을 들여 300석과 600석 이상의 극장 2개를 문화 중심 기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립극장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정동극장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며 “2024년 봄 재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