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포용 강조한 정 총리…한국의 바이든 꿈꾸나

입력 2020-11-11 18:13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세종시 세종공관에서 열린 취임 30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의 갈등 상황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정 총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련해 조 바이든 당선인이 통합과 포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해 미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민감한 현안에 말을 아껴온 정 총리의 이런 발언을 두고 대선 도전을 위한 몸풀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 총리는 10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가진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먼저 윤 총장을 향해 “가족과 측근이 어떠한 의혹을 받고 있고 수사를 받지 않냐”며 “고위 공직자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숙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 장관을 언급하며 “검찰 개혁을 위해 수고하고 있지만 직무 수행 과정에서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두 사람이 갈등을 해결하기를 기대했으나 그러지 못해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미 대선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정 총리는 “미국 국민이 바이든 당선인을 선택한 시대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국민은 분열이나 불안정, 대결과 반목을 물리치고 치유와 통합, 실용과 포용의 길을 제시한 바이든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월성 1호기 검찰 수사·부동산·개각 문제 등에 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정 총리는 최근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이 주춤한 상황에서 제3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정 총리는 차기 대권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데 “국무총리로서 코로나19 및 경제 위기를 감당하는 게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쏟아낸 발언을 두고 사실상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받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권 도전에 나설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