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웃는 모습을 닮아 ‘웃는 돌고래’로 불리는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 토대가 마련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최근 세계자연보전총회(WCC) 개최에 앞서 진행한 온라인 안건 심사에서 멸종위기종 상괭이 보전 촉구 결의안을 공식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상괭이가 주로 서식하는 황해 지역의 인접 국가(한국, 중국, 북한 등)들이 기초 조사와 위해 요소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상괭이 개체수 추세, 분포, 서식지 조사 등의 생태조사와 혼획 실태 모니터링, 혼획 외 위해요인 분석, 혼획 저감 계획 수립, 국가간 협의체 구성 등 총 5가지 활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상괭이 보호에 대한 결의안은 지난해 8월 세계자연기금(WWF)이 연맹 측에 제출했다. 이후 공식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 테이블에 올라 지난 달 21일까지 각국 정부 및 NGO 약 600여개 기관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에서 9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상괭이는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 주로 서식한다. 한 해 30~40마리가 죽은 상태로 제주 연안에서 발견된다.
지난 8월에는 제주 해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상괭이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국내 대학 연구진의 부검이 이뤄졌는데, 죽은 상괭이의 자궁에서 출산 직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돌고래가 나와 연구진들을 안타깝게 했다.
혼획과 연안개발, 환경오염 등으로 상괭이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앞서 IUCN은 상괭이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했다. 해양수산부도 2016년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이영란 해양보전팀장은 “인간활동으로 인한 돌고래류의 멸종은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종이 사라지고 생태계가 변한 후 생기는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다. 실질적인 보전의 토대가 마련된 것을 크게 환영하며, 바다와 생물은 국가간 경계가 없기 때문에 협력만이 해결 방법이다”라고 결의안 채택의 의미를 강조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폐사한 상괭이는 8291마리로 매년 약 1100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는다. 고래연구센터에서 실시한 서해 상괭이 개체수 추정 결과 2005년 3만 6000마리에서 2011년에 1만 3000마리로 6년간 6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