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온기 돈다지만…수출 중소기업은 여전히 ‘죽을 맛’

입력 2020-11-11 17:40

경제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지만 수출 중소기업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올해 1~8월 수출액이 감소한 기업이 10곳 중 6곳 이상이다. 연말까지도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거라는 우울한 전망에 휩싸여 있다. 이대로라면 수출 중소기업 대다수가 내년에 구조조정을 해야 할 판이라고 호소한다.

산업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는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설문에 응한 1001곳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1~8월 수출액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64.5%에 달했다. 이중 절반 이상인 44.1%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수출액이 급감했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가 직격타를 날렸다.

향후 전망도 비관적이다. 응답한 곳 중 61.8%가 9~12월에도 수출액이 감소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1.9% 반등했다지만 이들에게는 온기가 미치지 않았다. 언제쯤 회복될 지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내놓지 못한다. 응답 중소기업의 31.5%는 내년 말, 22.5%는 내후년에나 자사의 수출 실적이 정상화될 것으로 평가했다. 가파른 ‘V자’ 반등을 기대하는 정부의 인식과 괴리가 크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고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97.7%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내년 상반기 중 구조조정을 검토하겠다는 곳도 45.7%로 절반에 달했다.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응답한 곳들 중 80% 이상이 온라인 마케팅 등 ‘디지털 수출’ 강화를 대안으로 꼽는다. 다만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연간 수출액이 100만 달러 이하인 소규모 수출 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주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본부장은 “수출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수출 혁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정책들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