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같은 장비인데.”…용접공 출신 사장 기부에 눈길

입력 2020-11-11 17:20 수정 2020-11-11 17:21

용접공 출신 70대 공업사 사장이 11일 자식처럼 아끼던 각종 장비를 전남대학교에 기증했다.

용접과 절단, 전기설비 등을 생업으로 삼아 온 기영환 전 수일공사 대표(76)는 고령과 건강 등의 문제로 더 현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기씨는 고심 끝에 최근까지 자신이 직접 사용해 온 CO2 용접기, 알곤 용접기, 에어 절단기, 전기건조기, 가정용 정미기 등 약 1100만 원 상당의 장비 5점을 전남대학교 농업실습교육원에 내놓기로 했다.

기씨는 “변변치 않지만 40여 년 동안 생업을 이어올 수 있도록 해 준 자식 같은 장비들”이라며 “현업을 떠나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눠줄까 생각했지만, 막내아들이 농학 계열 학생들과 귀농 가족들의 농기계 실습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유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기증을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기씨는 젊은 시절에 전남대 대강당, 도서관의 신축건물 전기설비를 맡았고, 공대의 각종 실습 기계 설치에도 참여하는 등 전남대와 남다른 인연도 갖고 있다.

전남대 농업실습교육원(원장 한태호)은 최근 기영환 전 대표와 교직원,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증식을 했다.

대학 측은 또 학생들을 상대로 장비 시연과 취급 주의 사항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각종 장비의 안전한 관리와 정밀한 사용법 등에 대해서는 기씨가 직접 강의를 맡아 줄 것도 아울러 요청했다.

기증 장비에는 장비명과 기증자 성명 등을 새긴 물품명표도 붙일 예정이다.

한태호 원장은 “전남대는 도시 양봉, 귀농·귀촌, 영농기술, 숲 체험, 농기계, 식품 HACCP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기증받은 장비로 필수 농기계 활용을 위한 교육이 훨씬 다양하고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