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선캠프와 공화당 고위 인사들이 부정선거 증거로 내세웠던 우체국 직원의 증언이 날조된 거짓말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펜실베이니아주 우체국 직원 리처드 홉킨스가 미 연방우체국(USPS) 내부 감사과정에서 조사관들에게 자신이 제기한 부정투표 의혹은 꾸며낸 것이라고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홉킨스는 지난주 극우 매체인 ‘프로젝트 베리타스’에 펜실베이니아주 에리 지역 우체국장이 대선 당일인 11월 3일 이후에 도착한 우편투표 용지의 날짜를 앞당기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걸 우연히 엿들었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해당 보도 이후 홉킨스는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미국의 영웅’ 대접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명의로 된 온라인 후원계좌에는 전날까지 13만6000달러(약 1억500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트럼프 진영도 부정선거 주장 여론전을 확대시키며 홉킨스의 주장을 적극 활용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서한을 법무부로 보내면서 홉킨스의 주장을 그 증거로 인용했다. 트럼프 캠프가 펜실베이니아주를 상대로 제기한 선거 소송에도 홉킨스의 주장이 포함됐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9일 전국의 연방검사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도록 허가했다.
하지만 WP에 따르면 홉킨스는 전날 USPS 소속 조사관들에게 자신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고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겠다는 진술서에 서명까지 했다. WP 보도 이후 미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트위터를 통해 “USPS 감사실에서 알려왔다”며 “펜실베이니아의 내부고발자가 완전히 자기 주장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에리 지역 우체국장인 롭 바이젠바흐도 트위터를 통해 “홉킨스가 제기한 의혹은 100% 거짓”이라며 “최근 여러 차례 징계를 받은 직원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어떤 투표용지 날짜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선캠프의 팀 머토 대변인은 WP에 “홉킨스가 공개적으로 그런 주장을 펼친 뒤 어떤 압박을 받아왔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홉킨스의 주장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진행될 소송의 일부 조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소송 철회는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홉킨스도 이날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진술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