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옛 건물의 조각상 얼굴이 트럼프 닮은꼴로 잘못 복원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데일리메일은 10일(현지시각) 스페인 북서부 도시 발렌시아에 있는 20세기 건물의 조각상이 문화재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복원됐다며 조각상의 복원 전후 사진을 게재했다. 스페인 현지에서 활동하는 화가 안토니오 구즈만 카펠이 SNS에 올린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복원 전 조각상은 인자한 여성의 얼굴이었으나 복원 후 공개된 조각상 얼굴에서는 원본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카펠은 복원 전후를 비교한 조각상 사진과 함께 “발렌시아를 상징하는 건물의 예술적인 조각상 모습이라기보다 만화 주인공 얼굴에 가깝다”며 “누가 그랬든 대가를 받았을 것이다. 더 큰 범죄는 의뢰한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복원을 계속하려고 한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누리꾼들도 SNS를 통해 복원 참사를 조롱했다. 누리꾼들은 “복원된 조각상의 얼굴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닮았다”며 트럼프의 캐리커처 사진을 함께 올리기도 했다.
스페인에서 문화재 복원을 하다 원본을 알아볼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6월 스페인 발렌시아가의 명화 수집가가 17세기 바로크 회화 거장인 스페인 화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성모잉태화’를 복제한 그림 복원을 아마추어에게 맡겼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물이 나왔다.
이 복원가는 두 차례에 걸쳐 복원을 시도했지만 그림 속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
지난 2012년에도 스페인 보르하시에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80대 신도가 100년 된 예수 벽화에 손을 댔다가 원숭이를 연상시키는 형상으로 바꿔놓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스페인 복원·보존전문가협회(ACRE)는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전문적인 복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협회는 지난 6월에도 성명을 통해 최근 명화 복원 사건은 “문화재 파괴 행위”라며 “이러한 규제 부족은 우리가 문화유산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또 스페인 현행법으로는 관련 기술이 없어도 예술작품 복원에 참여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복원·복구전문가들은 기회가 없어 이민을 가거나 일을 놓아야 했다”며 스페인에서 관련 직종이 실종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