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 여성이 취직했다는 이유만으로 두 눈을 공격당해 실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경찰인 카테라(33)는 경찰서에서 나와 퇴근하던 중 오토바이에 탄 남성 3명에게 공격을 당했다.
남성들은 카테라에게 총을 쏘고 두 눈을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났다. 병원에서 깨어난 카테라는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카테라는 자신을 해친 남성들이 무장반군 조직 탈레반으로, 평소 자신이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하던 아버지가 사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직업을 가지는 것을 꿈꿨던 카테라는 아버지의 계속된 반대에도 꿈을 꺾지 않았고, 남편의 지지 속에서 석 달 전 경찰이 됐다.
카테라는 “경찰이 된 뒤 화가 난 아버지가 여러 차례 일하는 곳에 따라왔고, 탈레반을 찾아가 내 경찰 신분증을 건네주고 일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공격당한 날에도 아버지가 계속 내 위치를 물었다”고 말했다.
가즈니 경찰은 카테라의 아버지를 체포하고, 이번 사건이 탈레반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한편 어머니를 포함해 친정 가족들은 모두 카테라를 위로하기는커녕 비난했다.
다섯 명의 자녀를 둔 카테라는 현재 친정 식구들과 연락을 끊고 요양 중이다.
카테라는 “최소한 1년은 경찰에 복무하고 이런 일을 당했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 빨리 그만두게 됐다”면서 “내 꿈을 이룬 기간은 겨우 석 달에 그치고 말았다”고 슬퍼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시력을 일부라도 회복하고, 경찰로 돌아가고 싶다”며 “돈도 벌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직업을 가지고 싶은 열정이 내 안에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아프간의 여성 인권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탈레반이 집권할 당시 크게 훼손됐다.
탈레반은 과거 5년 통치 기간에 여성에 대한 교육과 취업을 금지했으며,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얼굴과 몸을 검은 천으로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다. 탈레반은 여성의 삶을 강하게 규제했고, 당시 성폭력과 강제 결혼이 급증했다.
아프간에서 여성들은 지금도 이름 대신 ‘00의 어머니’, ‘00의 딸’ 등 남성 중심의 가족관계 호칭으로 불리고 있다. 또 공문서 등 각종 서류는 물론 자신의 묘비에도 이름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을 진행한다는 사실에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 탈레반 시설 수준으로 여성 인권이 퇴보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