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백신 개발 경쟁 다음은 ‘공급 전쟁’… 총력전 나선 세계

입력 2020-11-11 16:09 수정 2020-11-11 16:28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예방률을 보이며 기대를 모으면서 세계 각국이 백신 확보와 접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인구 대부분을 포함하는 대규모 접종이 완료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신 개발 이후 각국 정부의 최대 난관으로 공급과 접종을 꼽았다. 홍역이나 독감 등 접종 대상과 시기가 명확한 이전 질병들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인구통계학적 기준이 무의미할 정도로 대규모 접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공급 과정에서 특히 우려되는 점은 전례가 없는 대규모 백신 접종을 기존 행정력이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다. WSJ는 백신을 맞을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접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의료선진국들조차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은 안전하고 신속한 백신 접종을 위한 공급·보관 체계 구축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대규모 백신 물량을 공급받기에 앞서 백신 수송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영하 70도에 달하는 초저온 상태에서 장기간 백신을 보관하는 동시에 대규모 물량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도 백신 개발 업체와 손잡고 보급 문제에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백신 개발 선두를 달리는 화이자는 미시간주 칼라마주에 축구장 크기의 대지를 매입해 350개의 냉장시설을 구축했다. 해외 수출을 기다리는 수백만회분의 백신은 이곳에 임시로 보관된다.

이곳에 보관된 백신은 초저온을 유지해줄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보온 기능이 있는 컨테이너에 실린다. 컨테이너마다 백신 5회분이 담긴 유리병 975개가 실릴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 트럭 6대가 이들 백신을 페덱스와 UPS, DHL과 같은 항공 특별수송업체들로 배달한다.

화이자는 백신 배달을 위한 항공편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루 평균 20차례씩 운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벨기에 등에도 대규모 냉장시설을 설치해 올해 말까지 100만회분, 다음해까지는 13억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백신 공급이 시작된다 해도 시민들의 삶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의 로이 앤더슨 전염병학 교수는 백신 자체의 성능이 아직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화이자는 임상 중간보고에서 자사 백신이 90%의 예방률을 보였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된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백신으로 인한 집단면역을 획득하기까지의 기간도 문제다. 앤더슨 교수에 따르면 90%의 성능을 가진 백신으로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최소 인구의 75%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 성능이 80% 이하로 떨어지면 전 세계 모든 인구가 접종을 받아야 비슷한 효과가 난다. 백신 대규모 공급 및 수송 방안이 요원한 이상 백신이 개발돼도 당장 코로나19가 종식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앤더슨 교수는 백신이 충분히 공급·접종되는 시기를 2022년으로 예상하고 그전까지는 일상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데이비드 샐리스베리 세계보건기구(WHO) 면역학부문 전략보좌관도 “(백신의 개발로) 우리 삶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어본다면 난 아니라고 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