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작가미술장터’로 본 온라인으로 확장되는 예술 시장

입력 2020-11-11 16:25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인터넷 쇼핑이 발달한 나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국 곳곳의 명물들을 집 앞까지 배송해 주는 온라인 쇼핑의 천국. 바로 대한민국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온라인 쇼핑 이용률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고, ‘비대면’ 콘텐츠 역시 여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공연, 전시 관람 등 문화예술계에도 ‘비대면’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앞당겨진 미래, 문화예술계도 온라인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예술’도 온라인으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소비’되는 시대에 이르렀다. 올해는 온라인 시장으로의 확장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음을 체감할 수 있는 한 해였다. 더욱이 올해는 아트바젤, 프리즈,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등 국내·외 대다수의 굵직한 아트페어들이 온라인 뷰잉룸으로만 개최된 전례 없는 한 해이기도 했다.

이달 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20 작가미술장터’에서도 그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가 주최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도일)가 주관한 올해의 작가미술장터에는 행사 자체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운영하는 장터들이 대거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가미술장터들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VR(가상현실)을 통해 온라인 전시장을 꾸리고, AR(증강현실)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장터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올해 가장 많이 시도된 것은 온라인 미술관, 바로 VR 전시다. VR 전시는 실제 전시와 최대한 가깝게 구현해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관람객의 관람을 독려하고 자연스럽게 온라인 판매 플랫폼과 연동해 온라인 구매로 이어지도록 했다. 오프라인 장터의 생생함을 전달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어려운 시기에 전시 감상을 위해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진 : 충주 ‘예술하라-예술편의점’

사진 : 서울 ‘아트인터뷰페어’

서울과 충주에서 열린 ‘예술하라-예술편의점’과 전주 한옥마을에서 개최된 ‘아트리움 전주’는 자체 홈페이지 내에 행사장과 동일한 모습의 VR 전시장을 구현했고, 관람에서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편의성을 더한 구매 시스템을 연동했다.

‘아트리움 전주’는 온라인 예약 문의를 남긴 사람 중 절반이 넘는 55%의 관람객이 장터를 직접 방문하고 작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대구에서 열린 ‘아트인터뷰페어’ 역시 각 지역별 전시장을 모두 VR로 옮겨 행사 기간을 놓친 관람객들에게도 지속적인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기간의 이벤트로 끝나는 행사의 아쉬움을 오히려 VR 전시를 통해 오랫동안 유지해 준 것도 예상치 못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020 순천아트페어’에서도 순천시 장천동 일대 8곳의 전시공간을 VR로 구현해, 작품 관람과 순천 여행을 동시에 즐기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순천아트페어는 온라인 갤러리를 오픈하자마자 이를 기다려온 많은 관람객들이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일일 트래픽이 8500여 건이 넘는 성과를 기록했다. 또한 헤럴드 아트데이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된 온라인 옥션도 눈길을 끌었다. 비대면 작품 판매의 일환으로 진행된 온라인 옥션은 고가의 작품만 경매한다는 편견을 없애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되어 작가미술장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온라인 작품 판매, VR 전시와 함께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 자체를 활용한 장터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들의 ‘직거래’ 장터인 작가미술장터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 온라인으로도 관객을 맞이할 준비가 된 장터들로는 ‘그림도시 S#5 Waypoint: 광교’와 ‘BGA’가 있었다.

수원 광교에서 진행된 ‘그림도시 S#5 Waypoint: 광교’에서는 회화, 출판,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인 가상도시를 콘셉트로 복합 시각예술을 선보였다. 특히 AR을 활용한 작품을 다수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림도시 앱을 다운로드하고 작품을 인식하면 정적인 작품에 움직임을 추가되어 또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이 장터 역시 온라인에서 에디션 및 아트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을 병행하는 장터로 진행됐다. 또한, 모바일 기반의 미술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BGA(백그라운드아트웍스)’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하던 미술작품을 오프라인 장터로까지 확장하여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그리고 온라인에서 다시 오프라인으로 서로 교차되는 새로운 장(場)은,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플랫폼이지만 이미 예고된 미래였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작가와 기획자가 주축이 되어 진행되는 작가미술장터는 각자의 독특한 기획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의 경험 확장을 위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보였다.

작가미술장터는 ‘누구나’ 미술 작품을 향유하고 소장할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이제는 ‘어디에서나’를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시공간적인 제약 없이 온라인으로 작품을 관람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이 확대된 것은 올해 작가미술장터가 이뤄낸 결실이다.

디지털뉴스센터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