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분열된 민심을 수습하고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은 미국을 통합할 수 없다’는 제목의 자난 가네시 기자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바이든의 통합 노력에 대해 “당파주의는 워싱턴 구조와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분열과 갈등은 미국 민주주의의 오랜 문제여서 과거 어떠한 미국의 대통령도 국민들을 통합하고 치유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지금 미국은 치유할 때”라며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한다. 붉은 주(공화당), 푸른 주(민주당)를 보지 않고 오로지 미국을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이 강조한 ‘통합(unify)’과 ‘치유(heal)’ 키워드에 대해서도 ‘순진한 소리’라며 평가 절하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고 그의 지지자들은 (상원) 의회에서 득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들 그룹에게는 바이든 대통령의 ‘통합’과 ‘치유’라는 공약이 순진한 눈을 가진 77세의 노인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모두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다. FT는 바이든을 향해 “4년 동안 조화로운 상태를 원한다면 바이든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8일(현지시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WP는 “현재 바이든은 국가를 통합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위협하는 장애물과 마주해있다”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일부 회의론자들은 그의 통합과 초당적 협력에 대해 ‘순진한 생각’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바이든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WP는 “바이든은 패배한 트럼프를 무시할 수도 있고, 그의 주장을 마치 ‘소음’처럼 취급할 수 있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7000만명의 강한 지지자들을 대변할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외신들은 임기 초반의 국정 과제들을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에 따라 통합의 리더십이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WP는 당장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불평등한 경제 상황,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 등 직면한 과제들을 잘 수습하는 것이 결국 통합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봤다. WP는 “만약 바이든이 통합이라는 과제를 잘 이행한다면 그는 ‘회복’과 동시에 ‘변혁’의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설사 미국이 치유되지 않고 분열 상태로 남더라도 괜찮다는 의견도 나온다. FT 가네시 기자는 “미국이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남더라도 암울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초당적 합의가 더 큰 분열을 낳는 등 심각한 비용을 지불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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