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 과정에서 “일산 집은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두고 가뜩이나 서울과 격차가 커진 집값에 박탈감을 호소하는 일산 주민들이 “조롱하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덕이동 하이파크시티주민연합회는 11일 ‘그렇게 싼데! 일산은 왜 조정지역입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는 김 장관의 발언 내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일산 하이파크시티는 김 장관의 자택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최근 20% 이상 상승폭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10년 전 분양가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적절한 발언이었는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특히 수도권에서 가장 저렴한 아파트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파크 입주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언급한 장관 본인 소유의 아파트의 정확한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정확한 가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매우 경솔한 언행”이라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국토부 신고가를 인용해 지난 9월 이 아파트의 176㎡(53평형) 매매 실거래가가 5억7900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발언으로 하이파크시티가 전국적으로 가장 저렴한 아파트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되고 이는 하이파크 입주민들의 마음에 적지 않은 상처를 주었다”며 “주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타지역과 집값 양극화가 더욱 심해져 가격에 의한 거주 이전의 자유가 박탈된 상황에서 우리 하이파크시티 주민의 자산가치를 국토부 장관이 조롱 내지는 폄하한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김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하고 개념없다’고 재차 규탄했다.
앞서 10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김 장관은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과 디딤돌 대출 한도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디딤돌 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을 지원하는 주택도시기금으로 5억원 이하 주택을 마련할 때 최대 2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김 의원이 이를 두고 “5억원짜리 아파트도 있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있다. 수도권에도 있고. 의원님은 경기 일산 문촌마을에 사시죠. 문촌마을은 얼마 합니까”라며 거꾸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김 의원이 “7억~8억원 한다”고 하자 김 장관은 “저희 집보다 비싸다.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