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사진) 당선인이 집권 후 페이스북과 구글 등 거대 IT 기업들을 손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승리에 베팅한 월가 인사들은 입각을 노리는 등 한껏 고무됐다.
10일(현지시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선거캠프의 빌 루소 공보부국장은 전날 밤 여러 건의 트윗을 연달아 올려 페이스북이 선거에 관한 가짜뉴스와 폭력 조장 게시물을 방치한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페이스북이 집중 조사의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고 CNBC는 분석했다.
루소 부국장은 “선거 후 페이스북이 우리 민주주의의 구조를 찢어발기고 있다”며 지난주 페이스북 ‘톱20’ 게시물 중 무려 17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투표 사기 의혹 제기와 선거 승리 주장에 관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루소 국장은 트위터가 가짜 정보와 주장에 경고 라벨을 붙이는 등 공격적으로 대응한 것과 달리 “페이스북은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퍼뜨리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과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목을 베라고 주장하자 트위터와 유튜브가 즉각 조치에 나선 반면 페이스북은 배넌의 페이지를 방치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칼날은 페이스북을 넘어 다른 ‘IT 공룡’들로 함께 향할 것이 유력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당선인이 가짜뉴스, 프라이버시, 반독점 등의 문제에 대해 실리콘밸리 거인들과 맞설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는 미국 IT업계를 선도하는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4개 기업(FANG)이 타깃이 될 전망이다.
소식통들은 NYT에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구글을 상대로 제기된 반독점 소송을 계속 진행하고, 이 사건을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을 상대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캠프의 대변인 중 한 명인 매트 힐은 “다수의 IT 공룡들과 그 임원들은 권력을 남용할 뿐만 아니라 미국인을 호도하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면서도 어떤 형태의 처벌도 피하고 있다”며 “이런 관행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당선인 본인도 거대 IT 기업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월 NYT 논설위원진과의 대화에서 “난 페이스북의 팬이 아니다”라면서 “저커버그(페이스북 CEO)의 팬도 아니다. 그는 정말로 문제”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월스트리트의 거물급 후원자들은 차기 행정부 입성이 주목되는 등 한껏 고무된 상황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을 도운 월가 후원자들이 차기 행정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금융업자들만큼 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WSJ에 따르면 흑인 로저 퍼거슨이 장관직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 출신인 그는 2008년부터 금융서비스사 TIAA-CREF에서 1조 달러 이상의 은퇴연금 등을 운용 중이다.
모건스탠리 고위 임원으로 바이든 후보를 공개 지지해온 톰 니데스도 주목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그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외교 관련 고위직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들이 WSJ에 전했다.
대선 기간 민주당에 가장 많은 금액(6700만 달러)을 기부한 억만장자 톰 스타이어는 차기 정부의 환경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공직을 맡을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직접 뛰어들었던 스타이어는 중도 사퇴 후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면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을 지낸 제프리 지엔츠, 백악관과 재무부에서 일한 제이크 시워트도 바이든 행정부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됐다. 39세의 나이로 골드만삭스 임원으로 활약 중인 마거릿 아나두도 거론된다.
월가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라는 정반대 전망도 나왔다. 민주당 내 ‘안티 월가’ 성향의 진보 진영이 견제 역할을 한 영향이다. 브리지파크 어드바이저를 운영하는 투자은행가 스테판 셀리그는 WSJ에 “월가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작은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