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의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갈림길에 선 엄마의 방송 출연 모습이 재조명되면서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아이를 입양한 가족은 방송에서 행복한 모습을 보였고 엄마는 더없이 자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180도 달랐다. 방송이 나간 지 12일 뒤인 지난달 13일 입양된 아이는 이 가족을 만난 지 10개월 만에 잔인한 학대로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힌 사망 원인은 외력에 의한 장 파열이었다. 실제 아이의 머리뼈가 깨지고 장기가 파열된 것으로 확인됐다. 갈비뼈도 여러 차례 부러진 흔적이 있었다.
MBC는 A양이 숨지기 불과 열흘 전쯤이자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1일 EBS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출연했었던 장면을 10일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엔 가족들이 모여 파티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엄마 B씨는 A양을 안고 케이크 위 촛불을 껐다. 엄마는 아이에게 “축하해! 건강해!”라고 말하며 더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이들 가족은 행복한 한때를 기념하듯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때도 16개월 된 아이의 이마엔 검은 멍 자국이 선명했다. 아이의 피부도 검게 변해 있었다.
사실 방송과 현실은 정반대였다. A양이 숨진 당일 아이는 덤벨 같은 육중한 운동기구에 맞아 장이 파열됐다. 엄마는 남편이 출근하고 10여 분이 지난 오전 8시34분 휴대전화로 A양을 촬영했다. 엄마가 A양에게 빨리 오라고 부르자 A양은 울먹이며 걸어왔다. 30분 뒤 음식을 먹지 않고 입에 물고만 있는 A양을 촬영한 뒤 남편에게 밥을 먹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집 안에서 수상한 소리가 났고 이웃 주민이 찾아와 항의했다. 엄마는 현관문을 연 채 울먹이며 “죄송하다, 내일 설명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주민은 MBC에 “운동기구 같은 걸 막 집어던지는 소리가 났고 지진이 난 것 같은데 이게 뭐냐고, 한두 번도 아니고(항의하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고…”라고 했다.
7분 뒤 엄마는 어린이집 교사에게 병원에 가보겠다며 결석 통보를 했다. 그러나 정작 남편에겐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때 이미 A양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엄마는 A양을 집에 둔 채 큰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10시32분 집에 돌아왔다. 10분이 더 지난 뒤 A양을 안고 집을 나섰다.
CCTV에 찍힌 A양은 이미 머리를 힘없이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구급차가 아닌 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이동했다. 택시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특별히 재촉하지 않았고 119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오전 11시6분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엄마는 의료진에게 “아침까지만 해도 이상이 없었다”며 학대 정황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줬다.
결국 A양은 이날 오후 6시40분쯤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부검 결과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등쪽을 발이나 무거운 물체로 강하게 맞아 장이 파열됐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A양의 머리뼈와 갈비뼈, 쇄골, 다리뼈 등 곳곳이 부러진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엄마는 폭행 외에도 16차례에 걸쳐 아이를 방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 외식을 나갔다가 A양만 지하주차장에 내버려 두는 식이다. 이에 대해 엄마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혼자 잠을 자는 습관을 들이도록 수면 교육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폭행에 대해서는 “마사지를 하다가 멍이 들거나 소파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엄마 B씨가 평소 과시하기를 좋아하고 충동적인 성격이라고 증언했다. 입양도 깊은 고민 없이 했다가 육아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 두 번째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이 아동소아과 관련 의사 소견을 받아보라고 지휘함에 따라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신청했다. 경찰은 “남편은 방임 사건의 공범이지만 낮 시간대 주로 직장에 있었다. 폭행 가담 여부는 계속 수사 중”이라며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볍다”고 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를 받는 B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심문 결과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나올 전망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