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라임 판매 증권사 전·현직 CEO에 중징계 결정

입력 2020-11-10 23:48 수정 2020-11-10 23:52
라임 판매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펀드 사태 피해자들이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1조 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주요 증권사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직무정지 등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10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 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에 업무일부정지 및 과태료 부과, 임직원에게는 면직(퇴직) 및 직무정지(퇴임) 등을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대신증권에는 반포WM센터 폐쇄 및 과태료 부과, 임직원에 면직 및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KB증권에는 업무일부정지 및 과태료 부과, 임직원에 직무정지 및 문책경고를 내렸다.

이 가운데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는 직무정지 처분을,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문책 경고를 받았다.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직무정지 대상들은 이후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금감원 제재안 대로 최종 결론이 나면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사 임원 제재는 단계별로 경고,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순이다. 문책 경고 이상이면 중징계로 여겨진다. 금감원은 “대규모 투자자 피해 및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중요 사안인 점을 감안해 심도 있는 심의를 거쳐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중징계안의 근거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동일하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규정(지배구조법 제24조)을 들었다. 당시 증권사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에게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관련 투자자의 위법한 거래 은폐목적의 부정한 방법 사용 금지 위반(자본시장법 제71조)’의 책임도 물었다. 이들 증권사들은 라임자산운용의 사기 행각에 연루된 만큼, DLF 사태 때보다 책임이 무겁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인 것이다.

라임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한 신한금융투자 등은 라임과 공모해 펀드의 부실을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고, 이를 주도한 신한금융투자의 임 모 본부장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불완전판매한 혐의를 받는 대신증권의 장 모 센터장에게는 지난 3일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증권사 측에선 내부통제 실패 시 CEO를 제재할 근거를 명확하게 마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금감원이 감독 실패 책임을 판매사에게만 떠넘기고 있다고 제재심에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9일과 지난 5일 열린 제재심에선 금감원 검사부서 직원과 제재 대상자가 함께 나와 제재심의위원 질문에 대답하는 ‘대심제’로 진행됐다.

제재 대상인 증권사 가운데 일부는 금감원의 중징계안에 대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증권사 CEO 30여명은 금감원의 징계 수위가 높다는 내용으로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내달에는 신한·하나·우리은행 등에 대한 제재심도 시작될 전망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