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없고, 부산은 넘쳐도 고민인 야당…‘러닝메이트론’도

입력 2020-11-11 05:00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6일 서울 마포구 제알라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 시민후보 찾기 공청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서울은 없어서 고민, 부산은 넘쳐나는데도 고민….”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꼽히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서울시장 후보 구인난을 겪는 와중에 부산시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후보들을 놓고서도 셈법이 복잡하다. 부산시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사람들은 많지만,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후보를 찾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에선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에 표 확장성을 갖춘 후보를 내세워 서울 표심까지 잡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 각각 출마한 후보들이 러닝메이트처럼 뛰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비교적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부산시장 후보를 무난하게 뽑았다가는 서울 선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부산의 한 중진 의원은 11일 “부산에서 조금 더 개혁적인 분이 나와 외연을 확장해 서울 선거에도 도움을 주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서울은 부동산·경제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를, 부산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리더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런 이상적인 서울·부산 후보 조합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인데도 서울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표심 몰이를 할 수 있는 후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6일 부산을 찾아 국민의힘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대해 “국회의원 3, 4선 하고 재미가 없으니 시장이나 해볼까 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큰 설계로 부산 발전의 미래를 그리는 인물이 없다. 아직 적격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이미 자천타천 후보군에 오른 인사들과 ‘깜짝 카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경선 구도를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박민식 전 의원이 지난 9일 처음 출사표를 던졌다. 이진복 이언주 유재중 전 의원 등도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다. 서병수 의원은 다음 달 중 출마 여부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필승 후보 찾기에 난항을 겪는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등 대권 주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당 밖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서울시장은 굉장히 어려운 선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보궐선거를 차기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선거로 보고 국민과 당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산 또는 서울 어느 한 쪽에서 전국적 지지도를 가진 후보가 나타나 다른 지역의 표까지 끌어모을 수 있는 진정한 러닝메이트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