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놀랍다, 한줄기 빛’ 백신 개발전쟁, 코로나 종식될까

입력 2020-11-10 18:10 수정 2020-11-10 19:30


“실버 라이닝(silver lining).”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신을 통해 전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첫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10일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비친 한 줄기 빛”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자체 개발 중인 백신의 최종 임상단계인 3상시험 참가자 94명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선두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감염 예방효과를 수치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면서 “예방 효과의 구체적인 내용, 항체 지속 기간 등에 대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고 안전성 여부에 대해서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긍정적 소식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놀랍다. 효과가 그렇게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앞서 백신의 효과가 50∼60% 정도만 돼도 괜찮다고 얘기한 바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 속에 갇혀 있지만 백신 개발이라는 희망을 향해 인류가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200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10종은 화이자 백신처럼 허가 전단계인 3상 임상시험에 진입해 최종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코로나19백신 후보는 202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인체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인 백신은 47종이다.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 미국 모더나와 국립보건원이 유전물질인 RNA(리보핵산)를 활용하는 유전자 백신에 대한 임상3상을 각각 4만3000여명(미국·아르헨티나·브라질·독일), 3만명(미국)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캔시노 그룹, 러시아 가말레야연구소, 벨기에 제약사 얀센은 인간·동물 바이러스를 항원 전달체(벡터)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중국 시노팜(2종)과 시노백은 바이러스 기능을 약화시킨 전통 방식의 불활화 백신, 미국 노바백스는 재조합 단백질(항원) 백신에 대한 최종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다.

김 교수는 “이 가운데 화이자 등의 RNA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러스 벡터 방식 플랫폼이 현재로선 가장 유망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RNA백신은 영하 40~70도의 극저온에서 운송해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개발 백신은 아직 초기 임상시험 단계거나 대부분 임상 전단계여서 해외 백신에 비해 속도면에서 뒤처져 있다. 그만큼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선 현재 바이오기업 제넥신이 DNA를 활용한 유전자 백신에 대한 1·2a상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진원생명과학이 식약처에 자체 개발 백신의 1상 임상시험 계획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연내 임상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임세정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