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충북 진천의 국가대표선수촌 기계체조 훈련장. 마루 종목 연습을 하던 유망주 이윤서(17·서울체고)가 공중에서 몸을 세 번 비트는 ‘트리플’ 동작을 하자 취재진 사이에선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이윤서 뒤로도 수 십 명의 기계체조 선수들이 각 종목 기구 앞에 삼삼오오 모여 고난이도 동작 연습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공개했다. 복싱·체조 등 6개 종목 84명의 선수들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도마 동작을 연습하던 여서정(18·경기체고)은 “코로나 이후 학교에서 운동했는데 기구나 시설 차이가 있었고, 밖에서 맛있는 것들을 먹다 보니 체중도 찌고 체력도 떨어졌다”며 “입촌한 뒤 매일 새벽 웨이트부터 오전 오후 체조 훈련까지 하며 근력과 체력을 키우는 게 확실히 힘들다”고 오랜만에 선수촌 훈련에 참가한 소감을 밝혔다.
여서정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 도마에서 은메달을 딴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딸로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도마 금메달을 따낸 기대주다. 도쿄올림픽 티켓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그는 “아빠가 ‘다시 들어가니 열심히 각오하는 마음으로 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아직 올림픽 실감은 안 나지만 열심히 연습해 몸을 만드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원래 올해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내년 7월 23일 개막까지 364일 미뤄졌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등하자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 3월 선수촌을 떠나 각 실업팀이나 학교에서 비대면 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각 종목 국제대회는 물론 국내대회까지 모두 취소되는 상황 속에서 컨디션과 경기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 5일 선수촌이 다시 문을 열어 선수들은 과학적인 장비와 체계적인 시설 속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는 눈빛은 더욱 매서웠다. 오래 지속된 코로나19 상황에 애가 닳았던 건 남자 페더급(57㎏) 함상명(25·성남시청)도 마찬가지였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한국 복싱 선수 중 유일하게 참가해 16강에 올랐지만 지난 3월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5~8위 결정전에서 패하며 도쿄올림픽 티켓을 놓쳤기 때문이다.
가슴에 ‘전력을 다 한다’는 뜻의 ‘분골쇄신’ 타투를 새긴 함상명은 강력한 펀치를 수차례 샌드백에 퍼부은 뒤 땀에 젖은 모습이었다. 그는 “예선전 때 힘이 빠지고 멘털이 나가서 티켓을 놓쳤다”며 “원래 ‘즐기자’는 마인드인데 선수촌에 들어온 뒤 형·누나들이 저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꼭 올림픽 2연속 진출을 이루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강조했다. 패자부활전 성격으로 열릴 세계 예선전은 내년 2~4월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 체육 100주년 기념행사도 이날 함께 열렸다. 대한체육회는 성화봉 모양 타임캡슐을 체육회 엠블럼 모양 조형물에 담아 선수촌 트레이닝센터 앞 잔디밭에 매설했다. 이 캡슐 안엔 경기대회 자료, 대한체육회 발간자료 등은 물론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의 탁구채와 여서정이 아시안 게임에서 입었던 유니폼 등 기록물까지 총 220점의 체육 관련 물품이 들어있다. 타임캡슐은 100년 뒤인 2120년 7월 13일 다시 개봉될 예정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번 매설식은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체육의 활약상과 현재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물품을 100년 후 후대 체육인들에 물려주고자 마련했다”고 의미를 밝혔다. 봅슬레이 선수 출신인 이용 국민의힘 의원도 “대한민국이 세계 스포츠 강국 입지 굳건히 할 수 있었던 건 수 많은 체육인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선대 체육인들이 쌓아온 산물을 후배 체육인들이 잘 전달받았음 좋겠다”고 덕담했다.
진천=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