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옹호’ 논란 MBC 김민식 피디·한겨레 사과

입력 2020-11-10 17:39
김민식 피디(왼쪽, 한겨레)와 사과문(오른쪽, 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가정폭력을 옹호하는 내용의 칼럼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MBC 김민식 피디와 칼럼을 게재한 한겨레가 사과했다.

10일 한겨레 홈페이지에는 문제가 된 칼럼을 작성한 김민식 피디와 해당 칼럼이 연재된 한겨레의 사과문이 게시됐다.

김민식 피디는 “독자 반응을 보며,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아버지의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해야 한다는 주제로 글을 쓰다 정작 저 자신이 그 자세를 놓친 것 같다”며 “아직 공부가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무엇보다 철없는 아들의 글로 인해 혹 상처받으셨을지 모를 어머니께도 죄송하다”며 “많은 분의 지적을 받기 전에는 놓치고 있었던 점이다”라고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사과했다.

김 피디는 “나 자신이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되새긴다”며 “제 글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신 여러분께 사죄드리며, 가르침을 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고 글을 마쳤다.

해당 칼럼을 실은 한겨레 측도 독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한겨레는 “김민식 피디의 칼럼에 대한 독자의 항의가 적지 않았다”며 “김 피디의 사과문을 칼럼 상단에 올린다. 한겨레는 가정폭력이 옹호될 여지의 칼럼을 필자와 충분히 상의하거나 걸러내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문제가 된 칼럼의 일부 캡처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김민식 피디가 전날 한겨레에 쓴 ‘지식인의 진짜 책무’라는 제목의 칼럼이 가정폭력 가해자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해당 칼럼에서 김민식 피디는 다독가인 자신의 어머니와 책을 읽지 않는 아버지를 예시로 들며 아버지의 폭력이 어머니의 잘못으로 비롯됐다는 식으로 글을 전개했다.

김 피디는 “내가 책에서 배운 것을 타인에게 적용하면 그건 폭력이다”라며 “책을 더 읽어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면 좋으련만, 다독의 끝에서 지적 우월감만 얻었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아버지는 그걸 정서적 폭력으로 받아들이셨다”며 “더 똑똑한 어머니가 한발 물러나서 부족한 아버지를 감싸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어머니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유를 피해자인 어머니에게서 찾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아빠가 책 안 읽는 가정폭력범이었는데 엄마가 책 많이 읽고 잘난 척해서 맞을 만했다는 글인 것이냐” “칼럼 보시고 어머니가 어떤 마음이실지, 또 다른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조금이라도 염두에 뒀다면 이런 식의 글은 안 썼을 것 같다” “다독으로 논리를 다져 폭력에 언어로 맞서려던 어머니의 용기를 자식이라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밖에 여기지 못하냐”는 등 비판했다.

네이버, 트위터, 한겨레 홈페이지 네티즌 반응 갈무리

칼럼을 쓴 김민식 피디는 MBC 드라마국 소속으로, 드라마 ‘내조의 여왕’ ‘여왕의 꽃’ 등을 연출했다. 그는 한겨레의 고정 연재 칼럼에 꾸준히 기고해 온 필진 중 한 명이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