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기술기준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외 381개 제조업체가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평가를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방송통신기자재 제조·판매·수입업체는 기자재를 시장에 유통하기 전에 기술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등록해야 한다. 기술기준은 인체나 기자재를 보호하고 전파 혼·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과기부 국립전파연구원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소재 BACL이 발급한 시험성적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381개 업체의 적합성 평가에 이용된 1700건의 시험 성적서가 미국 BACL이 아니라 중국 소재 BACL에서 시험·발급된 것이 확인됐다. 해당 기간 미국 BACL을 통해 제대로 발급된 인증서는 400여건에 불과했다.
시험성적서는 국내 시험기관 지정 절차 또는 국가 간 상호인정협정에 따라 지정된 시험기관만 발급 권한을 갖는다. 중국 BACL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과기부는 중국 BACL을 미국 BACL의 계열사로 파악하고 있다. 전파법에 따라 시험성적서 위조 등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적합성평가를 받은 경우 적합성평가를 취소하고 기자재 수거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위조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국 감시카메라 업체인 항저우 하이크비전(224건)이었고, 중국 드론업체 DJI(145건),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화웨이(136건) 등 순이었다. 삼성전자는 역시 23건을 위조해 10위 안에 들었다. 전파연구원은 10일부터 청문 실시에 앞서 적발 내용을 사전통지하고, 12월부터 381개 업체를 차례로 청문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련 제품은 중국 외주업체를 통해 생산되는 것으로 인증 문제가 제기된 뒤 다시 적법한 인증 절차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과기부는 이미 판매된 기자재에 대해서는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 (수거·파기에) 상응하는 대안적 조처를 내릴 예정이다. 또 직접 제품을 수거해 직권으로 시험하는 방법도 검토할 방침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