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MBC PD가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이 가정폭력을 옹호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김민식 피디가 9일 한겨레에 쓴 ‘지식인의 진짜 책무’라는 제목의 칼럼이 가정폭력 가해자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칼럼의 골자는 ‘책에서 배운 것을 타인에게 적용하면 폭력이다’라는 것으로, 김 피디는 지식인의 진짜 책무는 지적 오만함을 경계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다독가인 자신의 어머니와 책을 읽지 않는 아버지를 예시로 든 것이다. 김 피디는 “아버지는 어머니를 말로 당해내지 못했다”며 “말싸움 끝에 아버지가 욕을 하거나 손찌검을 하면 어머니는 끝끝내 비참해진다”고 아버지의 폭력이 어머니의 잘못으로 비롯됐다는 식으로 글을 전개했다.
이어 “나는 어머니가 안타깝다. 공부란 자신을 향하는 것이다. 내가 책에서 배운 것을 타인에게 적용하면 그건 폭력이다”라며 “책을 더 읽어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면 좋으련만, 다독의 끝에서 지적 우월감만 얻었다”고 썼다.
김 피디는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아버지는 그걸 정서적 폭력으로 받아들이셨다”며 “더 똑똑한 어머니가 한발 물러나서 부족한 아버지를 감싸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옳고, 너는 잘못됐다.’ 상대를 계도의 대상으로 본 탓이다”라며 어머니의 태도를 지적했다.
해당 칼럼이 공개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유를 피해자인 어머니에게서 찾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뿐 아니라 해당 칼럼이 실린 한겨레 홈페이지에도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항의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한 네티즌은 “아빠가 책 안 읽는 가정폭력범이었는데 엄마가 책 많이 읽고 잘난 척해서 맞을 만했다는 글인 것이냐”며 “어머니가 책을 ‘너무 많이’ 읽지 않았더라면 그 아들인 당신이 글을 쓸 수나 있었을까? 진짜 어머니에게 부끄러운 줄 알고 똑바로 살라”고 김민식 피디를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어머님이 아들 책 필사하신다면서요. 이런 칼럼 보시고 어머니가 어떤 마음이실지, 또 다른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조금이라도 염두에 뒀다면 이런 식의 글은 안 쓰셨을 것 같다”며 폭력은 어떤 수단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당신이 지적하는 그 ‘지적 우월감’이 다분히 느껴지는 글이다. 당신도 남에게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온 당신의 어머니를 향해서” “다독으로 논리를 다져 폭력에 언어로 맞서려던 어머니의 용기를 자식이라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밖에 여기지 못하냐” 등 김 피디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칼럼을 쓴 김민식 피디는 MBC 드라마국 소속으로, 드라마 ‘내조의 여왕’ ‘여왕의 꽃’ 등을 연출했다. 그는 한겨레의 고정 연재 칼럼에 꾸준히 기고해 온 필진 중 한 명이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