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보험업계가 ‘전국민 고용보험 당연 적용’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각각 했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두 조사에서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원하는 보험설계사의 응답률 격차는 60% 포인트를 넘었다. 정부와 업계의 숫자놀음에 국민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4개 직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335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고용보험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85.2%에 달했다고 10일 밝혔다. 적정한 보험료 분담비율에 대해서는 ‘사업주와 종사자가 동일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87.3%로 압도적이었다. 보험료 적정 수준은 월 소득의 0.6%와 0.8%를 답한 비율이 각각 49.9%, 41.9%로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험설계사’와 ‘골프장캐디’의 고용보험 가입 의사다. 이들은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에 따른 실직 우려로 고용보험 가입 반대 여론이 거셌던 직종이다. 하지만 고용부 조사에서는 보험설계사 84.9%가 ‘고용보험 가입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골프장캐디도 68.3%가 가입을 원했다. 당초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높은 찬성률이다. 정부는 국회 입법 논의과정에 설문조사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보험대리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인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1245명 중 272명(22.0%)만 고용보험 당연 적용을 찬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부 설문조사와 격차가 무려 62.9% 포인트로, 사실상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특고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62.8%가 ‘고용보험 당연 적용에 반대한다’고 했다.
송경훈 보험설계사는 지난달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고용보험료 부담이 생기면 고능률 설계사는 살아남겠지만 저능률 설계사 계약은 해촉될 수도 있다”며 “이로 인해 실직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영미 골프장 캐디 마스터는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하면 기업·주최 측에서 소수의 캐디만 근로자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내칠 수가 있다”며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한 노동 전문 대학 교수는 “대상·주제가 같은 설문조사에서 동일(가입 찬성) 응답이 60% 포인트 이상 차이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조사자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국민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