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의 ‘성인지 집단학습’에 멈춘 여가위 예산심사

입력 2020-11-10 15:47
1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가 정회된 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10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지난 5일 ‘성인지 집단학습’ 발언으로 회의 시작 10여분 만에 파행됐다. 야당이 이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그의 보고를 받기 어렵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 내년도 예산안이 안건으로 상정된 직후 야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지난 5일 이 장관이 한 발언에 상식을 가진 국민이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박원순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횡설수설하는 발언을 해서 장관이 무능한 것인지, 의지가 없는 것인지 의아했는데 이번 발언을 통해 (장관이)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나와 내년 4월 보궐선거 비용 838억원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은 이 발언을 거듭 문제 삼으며 “성추행이 (성인지성을) 학습할 기회라면 음주운전 면허 취소는 음주운전 방지 기회인가.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냐”라고 했다. 이어 “장관 발언에 대해 피해자들이 ‘내가 학습교재냐’고 지금 절규하고 있다”면서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런 장관과는 여가부 예산 심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질타한 후 정회를 요청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의원도 김 의원의 지적에 일부 동의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여가부 장관으로서 피해자 일상회복을 위해 책임지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크다”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이로 인해 상임위 진행이 안 되면 (여가위가) 제대로 역할을 못 하는 것”이라며 예산 심사를 이어갈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회의는 여전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