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10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지난 5일 ‘성인지 집단학습’ 발언으로 회의 시작 10여분 만에 파행됐다. 야당이 이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그의 보고를 받기 어렵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 내년도 예산안이 안건으로 상정된 직후 야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지난 5일 이 장관이 한 발언에 상식을 가진 국민이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박원순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횡설수설하는 발언을 해서 장관이 무능한 것인지, 의지가 없는 것인지 의아했는데 이번 발언을 통해 (장관이)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나와 내년 4월 보궐선거 비용 838억원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은 이 발언을 거듭 문제 삼으며 “성추행이 (성인지성을) 학습할 기회라면 음주운전 면허 취소는 음주운전 방지 기회인가.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냐”라고 했다. 이어 “장관 발언에 대해 피해자들이 ‘내가 학습교재냐’고 지금 절규하고 있다”면서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런 장관과는 여가부 예산 심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질타한 후 정회를 요청했다.
여당 의원도 김 의원의 지적에 일부 동의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여가부 장관으로서 피해자 일상회복을 위해 책임지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크다”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이로 인해 상임위 진행이 안 되면 (여가위가) 제대로 역할을 못 하는 것”이라며 예산 심사를 이어갈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회의는 여전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