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이자, 백신 일부러 대선 뒤 발표” 애꿎은 분풀이

입력 2020-11-10 15:24 수정 2020-11-10 15: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선 결과에 불복해 소송전을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약회사 화이자에 애꿎은 분풀이를 하고 있다.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예방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사실을 발표하자 돌연 개발사 측이 일부러 대선 이후에 결과를 공개했다는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식품의약국(FDA)과 민주당은 내가 백신으로 대선에서 승리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발표가 (대선이 끝나고) 5일 이후에 나왔다. 내가 계속 말했듯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래전부터 말한 것처럼 화이자와 다른 제약사들은 선거 후에야 백신을 발표할 것”이라며 “그 전에 백신을 발표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당선인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바이든이 대통령이었다면 앞으로 4년 동안은 백신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며 “FDA도 이렇게 빨리 승인한 적이 없다. 관료주의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FDA를 향해서도 “소식을 더 일찍 발표했어야 했다”며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화이자 로고와 코로나19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화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에 “발표 시점과 정치적 상황은 무관하다”며 즉각 반박했다. 이날 CNN은 알버트 보울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지난 일요일 실험 결과를 처음 접했지만 미국 유권자들이 대통령 후보를 선택한 이후 백신 소식을 전한 배경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말에는 강하게 부정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화이자발 낭보를 자신의 정치적 치적으로 돌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현지 언론은 지적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미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카트린 얀센 화이자 수석부사장도 뉴욕타임스(NYT)에 “우리는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자금도 받지 않았다”며 쐐기를 박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떠나며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AP 연합뉴스

다만 CNBC는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성공했다는 발표는 공교롭게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겼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진 뒤 나왔다”며 “선거 전이었다면 이 뉴스는 분명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