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 3연패를 확정한 최혜진(21)이 올 시즌 중 쟁취하지 못한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까.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올드코스(파72·6747야드)에서 오는 13일부터 사흘간 시즌 최종전으로 펼쳐지는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은 최혜진에게 무관의 꼬리표를 뗄 마지막 기회다. 대상 3연패의 제왕적 타이틀에 무게감을 싣기 위해서는 결국 우승이 필요하다.
최혜진은 10일 현재 대상 포인트 429점을 기록해 선두에 있다. 이 부문 2위 김효주(25)의 포인트는 337점. 마지막 우승자에게 주어질 대상 포인트 70점을 추가해도 최혜진을 앞지를 수 없다. 최혜진은 데뷔 시즌인 2018년부터 3년 연속으로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KLPGA 투어에서 부문별 최고 선수를 가려 시상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21년간 대상 3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2006~2008년 수상자인 신지애(32)뿐이다. 최혜진은 신지애에 이어 대상 3연패를 달성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자격만 놓고 보면 최혜진의 대상 수상에 이견을 달 수 없다. 올 시즌 KLPGA 투어는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개막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5월 중순에야 재개됐고, 이마저도 8~9월 사이에 한 달 이상의 공백기를 거칠 만큼 혼란 속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최혜진은 누구보다 꾸준했다. 90% 안팎을 오가는 최혜진의 ‘톱10 피니시율’(대회마다 10위권 완주 비율)이 그 꾸준함을 말해 준다.
최혜진은 올 시즌 중 공인된 15개 대회에 출전해 13차례나 10위권 안에서 완주했다. 톱10 피니시율은 무려 86.67%. 이 부문 2위인 김효주의 비율만 해도 58.34%다. 대상 포인트는 대회마다 10위 안으로 진입한 선수에게만 주어진다. 최혜진은 그린 적중률에서도 83.23%로 1위, 평균 타수에서 70.3019타로 5위에 있다. 우승 없이 대상을 거머쥔 이유는 시즌 내내 일정하게 유지한 기량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우승 트로피만 손에 넣으면 된다. 최혜진은 데뷔한 뒤 무승으로 시즌을 완주한 적이 없다. 신인이던 2018년에 2승을 달성해 ‘돌풍’을 일으켰고, 2년차인 지난해 5승을 쓸어 담아 투어 최강자로 올라섰다. 마지막 우승은 지난해 11월 3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혜진은 그 이후로 1년 넘게 정상을 탈환하지 못했다. KLPGA 투어에 유례없는 ‘무관 대상’ 사례를 남기지 않는 동시에 자신의 프로 인생에 공백기를 기록하지 않기 위해서도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 우승이 절실하다.
최혜진은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공동 17위로 완주하고도 대상 수상을 확정했던 지난 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우승을 수확하지 못해 아쉬운 면이 많지만 대상 수상으로 위로를 받았다”며 “마지막 대회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대상 수상자는 결정됐지만, 상금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상금 랭킹 선두 김효주는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상금왕에 도전한다. 김효주의 누적 상금은 7억3213만7207원. 올 시즌 중 6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선수는 김효주가 유일하다.
이 대회에 걸린 우승 상금은 2억원. 상금 랭킹 4위까지는 이 상금을 획득하면 김효주를 추월할 수 있다. 그중 김효주를 가장 가까이 추격하는 경쟁자는 누적 상금 5억9502만2619원으로 이 부문 랭킹 2위에 있는 안나린(24)이다. 김효주와 안나린은 나란히 시즌 2승을 수확했다. 둘 중 누구든 시즌 최종전을 정복하면 상금왕과 다승왕을 모두 거머쥘 수 있다. 상금 랭킹 5위로 경쟁에서 밀렸지만 시즌 2승을 수확한 박현경(20)에게도 다승왕 기회는 남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