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장애인의 자립과 기본적 자유의 보장을 위해선 단지 버스·철도·선박·비행기와 같은 교통수단을 접근·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할 뿐만 아니라 운전면허취득의 기회 역시 실질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운전면허시험장에 장애인을 위한 이륜자동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관 5인(이선애·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위헌 판단을 내렸다. 나머지 4명의 재판관(유남석·이은애·이종석·이영진)은 “신체장애 상태와 정도에 따라 구비해야 할 특수제작 차량이 달라질 수 있고, 소요될 재정 부담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하 의견을 냈다.
결국 위헌 판단을 위한 인용 정족수인 6명을 넘지 못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A씨(지체장애 3급)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재판관들이 장애인의 실질적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무엇을 어디까지 해야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남은 결정이란 평가가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A씨가 도로교통공단을 상대로 운전면허시험장에 장애인을 위해 특수 제작된 이륜자동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을 재판관 5(위헌) 대 4(각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도로교통법 등에서는 시험용 이륜자동차를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해당 면허시험장이 이에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위헌 의견을 낸 5인의 재판관들은 “국가로서는 신체 장애인들이 운전면허시험 과정에서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일한 취급을 받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A씨가 이 같은 실질적 기초에 대한 접근을 제한 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로교통공단이 ‘한정된 재원’을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내자 이 재판관들은 “한정된 예산으로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는 기능시험용 이륜자동차를 당연 제공하면서 신체장애인에게는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전국 모든 곳에 비치할 필요는 없고, 시험장 몇 곳에만 차량을 구비했다가 시험 일시나 장소를 조정하거나 해당 차량을 이동시키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구체적인 대안을 덧붙였다.
반면 각하 의견을 낸 4인의 재판관들은 “국가의 정책결정은 현실적인 재정·경제능력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이들은 “하나의 유형으로 분류된 신체장애의 경우라도 특수제작될 수 있는 차량의 형태는 하나가 아닐 수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했다. 아울러 현행법으로도 응시자가 자신의 신체장애 정도에 적합한 시험용 차량을 갖고 시험을 칠 수 있으므로, 장애인을 위한 전용 기능시험차량을 두지 않는 것을 장애인에 대한 차별취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