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조현옥·노태강…낙하산·회전문 해외공관장 ‘논란’

입력 2020-11-10 13:58 수정 2020-11-10 14:11
조현옥 신임 주독일대사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공관장 인사 과정에서 ‘제 식구 챙기기’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 각국에서 동포를 챙기고, 국익을 위해 현신할 만한 외교적 능력을 갖춘 인물 대신 청와대나 정부에서 한 자리를 맡았던 인사들이 대사 자리를 맡고 있다. 전문 외교관이 아닌 특임공관장 비율이 점차 늘어나면서 외교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노태강 주스위스대사와 조현옥 주독일대사 등 신임대사 10명에게 신임장을 수여했다. 노 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참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됐다가 문재인정부 들어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조 대사는 청와대 인사수석 출신이다.

조 전 수석은 각종 인사·검증 실패와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제 등으로 비판을 샀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이 조 전 수석 등이 주도하는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후에 청문회 등을 거치며 낙마했다. 야당으로부터 징계 요구가 일었지만 조 전 수석은 2년간 업무를 맡다가 지난해 5월 물러났다. 결국 그는 퇴직 1년5개월 만에 독일대사 자리를 맡게 됐다.

조 전 수석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칼루프레히트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고,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상임대표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외교부는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오랜 기간 여성·인권·환경 등 사회분야에서 활동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야권 관계자는 “조 전 수석을 제외해도 국내 독일 전문가는 많다”며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했다.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장 수여식에 조현옥 신임 주독일대사(왼쪽)와 노태강 주스위스대사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스위스대사에 노태강 전 문체부 2차관을 임명했다. 문체부 출신이 스위스대사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노 전 차관은 문체부 체육국장을 맡던 2013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판정 시비 관련 승마협회 감사 보고서를 작성하며 최순실씨 측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참 나쁜 사람’으로 지목당했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직으로 밀려났다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문체부 제2차관으로 영전했다.

외교부는 노 전 차관을 두고 “문화·관광 분야에서 앞서 있는 주재국과 한 차원 높은 협력을 추진할 경력과 경험을 보유했다”고 설명했지만 역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 전 차관이 스위스와 별다른 인연이 없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10일차인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하성 주중 대사가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주중대사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임명했을 때도 논란이 일었다. 전문성보다는 청와대의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었다.

장 전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전도사로서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게 주된 발탁 요인이었다. 청와대는 장 전 실장이 중국 런민대, 상하이 푸단대 교환교수를 지냈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국제자문위원을 8년간 지낸 경험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장 전 실장은 전임 대사였던 노영민 현 대통령 비서실장처럼 중국어를 잘 모르고 외교 경험도 없어 논란이 됐다.

특히 장 전 실장은 최근 고려대 교수 재직 당시 연구비 명목으로 지급된 학교 법인카드를 유흥업소에서 사용했다고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교육부나 청와대는 논란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외교부 순혈주의를 깬다”는 명분 아래 비(非)외교부 인사를 대사, 총영사에 임명하는 이른바 특임공관장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아무리 대통령과 가까운 특임공관장이더라도 외국어 실력 등 일정한 자질은 갖춰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외교부 산하 재외공관 총 166곳 중 33곳(20%)에 특임공관장이 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이수혁 주미대사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오태규 주오사카 총영사는 현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 출신이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한 언론 기고문에서 “외교관은 전문성을 요하는 직분”이라며 “모든 공관장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재국에 대한 전문성도 없고 단지 선거 캠프에 기여했고 코드에 맞는다고 전리품 얻듯이 공관장이 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