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상처 품은 노근리… 인권과 평화 알린다

입력 2020-11-10 12:20 수정 2020-11-10 15:00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은 10일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공원에서 노근리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 미군 참전용사의 후손 등이 참여한 글로벌평화포럼을 개최했다.

“70년 전 노근리의 비극은 모두가 잊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노근리는 전쟁의 상처를 품은 지역이다. 지역 주민이라면 결코 잊지 못할 아픈 역사가 새겨져 있다. 노근리는 1950년 7월 25∼29일 경부선 철도를 따라 이동하는 피란민 대열을 향해 미군이 기관총 사격을 가해 수많은 주민이 숨졌다. 확인된 희생자만 무려 200여 명으로 대부분 노인과 부녀자, 어린이들이었다. 이 사건은 주민들에게 잊지 못할 비극으로 남았다. 경부선 철도 밑 쌍굴다리 곳곳엔 여전히 그 당시 총탄의 흔적이 남아있다.

10일 오전 충북 영동의 노근리평화공원. 양해찬(79) 노근리 유족회장과 희생자 후손 정이주(43)씨, 1950년 8월 27일 낙동강 전투 중 실종된 제임스 엘리엇 중위의 딸인 레이번(73)씨,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 작전을 성공리에 지휘한 미 해병대 포니 대령의 손자인 네드 포니(57)씨의 뜻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이번 만남은 미국 참전군인 자녀 등을 초청해 전쟁으로 야기된 험난했던 삶을 공유하고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다.

이들은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인권과 평화, 화해의 가치를 일깨우는 등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6·25전쟁과 노근리사건 70주년을 맞아 '노근리 글로벌 평화포럼'이 개막한 10일 노근리사건 현장인 충북 영동군 쌍굴다리를 방문한 참석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영동군 제공

이들은 6·25전쟁이 할퀴고 간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나누고 70년간 짓눌려온 무거운 짐을 벗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했다.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노근리 사건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며 “이제는 과거에 너무 매몰하지 말고 인권과 평화를 위해 미래 세대에 가르쳐야한다”고 밝혔다.

양해찬 유족회장은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듯이 서로가 희생과 아픔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이 존재한 것 같다”며 “전쟁으로 인해 고아가 아닌 고아로 지내온 세월을 후손에게 남겨주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네드 포니씨는 “노근리 사건은 (미국이)양탄자 아래에 숨겨둔 사건이고 의도적으로 감춘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희생을 기억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하지 않으면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레이번씨도 “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켜낸 이 나라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한국인들은 정말 인상적이고 놀랍다”고 전했다.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은 12일까지 노근리 글로벌평화포럼을 개최한다. 노근리 글로벌 평화포럼은 명사와 함께하는 노근리 평화토크콘서트, 세계 평화 언론인과의 대화, 노근리평화상 역대 수상자 초청 심포지엄, 학술회의, 제13회 노근리평화상 시상식 등이잇따라 열린다.

올해 노근리평화상 인권상 수상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선정됐다. 1924년 설립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인권증진, 민주화 발전, 평화통일을 위해 활동해 온 한국 개신교의 대표 연합기구이다.

영동=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