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이라는 매입임대…발표 전부터 ‘빛 좋은 개살구’ 우려

입력 2020-11-10 11:21 수정 2020-11-10 17:12
시장서는 “실제 전세난 해결 역부족” 관측도
11일 부동산회의도 무기한 연기


정부가 최근 전국적인 전세난에 대한 대응책으로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이런 대책이 예산은 많이 쓰면서 효과는 미미한 ‘고비용 저효율’ 대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난을 해결할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대책을 내려고 하지만, 공식 발표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매입임대와 전세임대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매입임대, 전세임대는 이미 정부 예산이 잡혀 있다. (전세난 대책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방안을 전세난 대책으로 검토 중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입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공실인 주택을 직접 매입한 뒤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형태다. 전세임대는 LH나 SH가 먼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가보다 더 저렴하게 신청자에게 전세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LH와 SH 등의 재무 부담을 높인다는 점이다. 김 장관은 “LH에 그 정도 사업을 할 정도의 자금력은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경영평가 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기준 부채는 이미 176조5000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SH 부채 역시 16조2481억원에 달한다.

전세 대책뿐 아니라 정부가 주거복지 확충 등의 차원에서 추진 중인 ‘질 좋은 평생주택(중대형 공공임대아파트)’이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역시 LH 등 주택 공기업의 재정적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는 LH 등에 이와 관련된 예산을 증액 지원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

많은 비용이 들면 그만큼 뚜렷한 효과가 있어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회의적인 전망이 가득하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0일 “LH 등이 주택을 매입할 때 감정평가 등을 거치는데 시세보다 비싸게 사주지는 않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팔지 않아서) 결국 주거여건이나 입지가 별로 안 좋은 곳만 사게 된다”며 “정부 생색만 내고 실제 전세난 해결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을 더하는 요인이다. 통계청 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빈집은 아파트와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을 모두 포함해 1742가구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다수의 전세 수요가 아파트를 희망하지만, 아파트 빈집은 711가구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최근 같은 전세난에서 품질이 괜찮은 주택은 공실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고, 정부가 매입하려 해도 빈집 한 가구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매입임대나 전세임대가 이미 기존 시장에 있는 물량에서 공급 주체만 정부로 바뀐 것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를 전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효성 논란이 일자 정부는 당초 전세대책 발표 시점으로 예상됐던 1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부동산시장점검관계장관회의를 연기하고 녹실회의(관계장관회의)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해 일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