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급등했다. 장중 최고치를 경신한 다우지수는 3% 가까이 급등하면서 장을 마쳤다.
미 동부시간으로 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34.57포인트(2.95%) 급등한 2만9157.9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수도 41.06포인트(1.17%) 오른 3550.50에 거래를 마쳤지만 나스닥지수는 181.45포인트(1.53%) 하락한 1만1713.78에 장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1600포인트 이상 폭등한 2만9933.83까지 고점을 높이며 장중 가격 기준 신기록을 썼다. S&P500지수와 나스닥도 장중 기준 신고점을 기록했다.
시장은 코로나19 백신 관련 소식과 미국 대선 결과의 영향 등을 주시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희소식이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 전반을 폭발적으로 밀어올렸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예방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3차 임상시험에서 위약을 투여한 참가자에 비해 백신을 접종한 참가자의 코로나19 감염 예방률이 90% 이상 높다는 것이다. 중대한 안전 관련 우려도 보고된 것이 없다고 화이자는 덧붙였다. 이는 3차 임상시험에 대한 외부 독립 모니터링위원회의 첫 번째 중간평가 결과다.
외신들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최소 75% 이상의 효과가 있는 백신이 나오길 희망해 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50~60% 효과만 있어도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은 비록 중간평가이긴 하지만 이보다 훨씬 높은 예방률을 보인 셈이다.
화이자는 백신 안전에 관한 데이터 등을 추가 점검한 뒤 11월 셋째 주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백신 개발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특히 크루즈선사와 항공사 등 그동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업종은 폭등세를 기록했다. 크루즈선사인 카니발 코퍼레이션은 무려 39% 이상 폭등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15% 이상 올랐다.
화이자 주가는 7.7%가량 상승했다. 다만 팬데믹 기간 수혜주로 꼽혔던 주요 기술기업 주가는 오히려 부진했다. 화상회의 앱 기업인 줌은 17% 이상 폭락했고 넷플릭스는 8.5% 이상 미끄러졌다. 아마존도 약 5%, 애플은 2%가량 내렸다. 이들 기술주의 부진에 S&P500지수도 장 후반에 상승 폭을 줄였다.
전문가들은 백신 이후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로 대형 기술주에서 경기 순환주로 본격적인 자산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 대선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도 투자심리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지난주 치러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불복하며 소송전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선거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진단이다. 또 의회 상원은 공화당이 지배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증세 및 규제에 대한 부담을 줄이며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조지아주에서 2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결선투표에 돌입할 가능성이 켜 상원 다수당의 최종 윤곽은 내년 1월 결선투표가 끝나야 명확해질 전망이다. 백신 개발 기대가 커졌지만 당면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세는 여전한 위험이다. 백신이 나오더라도 광범위한 보급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14% 이상 폭등했고 금융주도 8% 넘게 치솟았다. 산업주도 3% 이상 올랐다. 반면 기술주는 0.73% 내렸고 커뮤니케이션도 0.25%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양호했다. 콘퍼런스보드는 지난달 미국의 고용추세지수(ETI)가 97.57로 6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기대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가운데 그동안 부진했던 분야가 강세일 것으로 내다봤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3.58% 상승한 25.75를 기록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