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 끝판왕’ 인천과 붙는 경주, 이번엔 다를까

입력 2020-11-10 06:00
경주 한수원 전은하가 지난해 4월 15일 인천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WK리그 경기에서 인천 현대제철 최유정과 공을 다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여자축구 WK리그 경주 한수원이 인천 현대제철과의 챔피언결정전 대결을 확정지었다. 두 팀은 홈과 원정 1·2차전을 벌여 올 시즌 마지막 승자를 가린다. 양 팀 모두 대표팀에서 이름을 날린 스타 선수들이 잔뜩 포진되어 있어 여자축구 올스타전 수준의 승부가 예상된다.

2020 WK리그 정규리그 2위 경주는 9일 경주황성제3경기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단판 홈경기에서 리그 3위 수원 도시공사를 1대0으로 꺾고 챔피언결정전 진출권을 따냈다. 지난해 같은 상황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수원이 경주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바 있어 이번에 경주가 설욕을 한 셈이 됐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경주의 우세가 예상됐다. 경주가 이번 시즌 정규리그 패배가 단 한 번에 그쳤을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자랑해와서다. 여기 맞선 수원은 경주의 빠른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대표팀 출신 공격수 문미라를 전방에 내세운 채 오른쪽에 무게를 둔 변칙적인 수비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후반 중반까지 승부는 팽팽했다. 양 팀 모두 오른쪽 측면을 주된 공격루트로 사용하며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경주는 빠른 발을 가진 윙어 강유미와 측면수비 박세라가 쉼 없이 전진하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수원 역시 오른쪽 수비수 서현숙이 수시로 깊숙하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며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골문에서는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인 경주 윤영글과 대표팀 경쟁자인 수원 전하늘의 수문장 대결이 두드러졌다. 문미라의 위력적인 역습을 윤영글이 노련한 위치선정과 순발력으로 수차례 막아냈고, 전하늘도 전반 박예은의 강력한 중거리슈을 선방해내는 등 돋보였다. 전하늘은 경주 공격을 진두지휘한 전은하와 충돌해 얼굴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승부는 후반 20분 갈렸다. 전은하가 오른쪽 측면 깊숙히 공을 찔러주자 나히가 이를 받아 드리블 뒤 반대편으로 강하게 크로스를 날렸다. 반대편에서 달려들던 서지연이 상대 수비와의 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그대로 이를 머리로 골망에 받아넣었다.

수원은 이후 수비라인을 끌어올린 채 총공세에 나섰지만 슈팅 기회를 좀체 잡아내지 못했다. 최근 중앙수비수로 국가대표에 복귀한 경주 이세진의 노련한 수비가 경기 내내 효과를 봤다. 수원은 오히려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된 상대 공격수 이녜스에게 반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을 허용하며 실점할 뻔했으나 전하늘이 선방해냈다.

송주희 경주 감독은 경기 뒤 “수원이 견고한 팀이라서 경우의 수를 두고 준비했던 게 선수들이 잘 해준 이유인 듯하다”면서 “7년 동안의 침묵을 선수들이 우승으로 깨줄 것”이라고 말했다. 결승골을 넣은 서지연은 “여태 연승을 해와서 오늘 경기도 자신이 있었다”면서 “인천과의 경기는 올해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하던대로 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승리로 경주는 12일 인천과 챔피언결정전 1차전 홈경기가 확정됐다. 나흘 뒤에는 2차전 원정에 나선다. 인천은 지난 시즌까지 리그 7연패, 올 시즌까지 정규리그 8연패에 빛나는 명실상부 여자축구 최강자다. 그러나 경주 역시 올 시즌 인천을 마지막까지 승점 1점차로 위협할 정도로 만만찮은 전력을 뽐내왔다. 이는 인천이 정규리그를 우승한 역대 시즌 중 가장 적은 승점차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