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전 앵커 KBS 사표 “적대정치 편승 안 돼”

입력 2020-11-09 19:41
황상무 KBS 앵커. 국민일보DB

‘KBS 뉴스 9’을 진행했던 황상무(56) 앵커가 KBS에 사표를 냈다.

황 앵커는 9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몸담았던 KBS를 떠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회사가 한쪽 진영에 서면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다. KBS는 극단의 적대 정치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며 “용서와 화해, 치유와 통합은 KBS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가치”라고 했다.

황 앵커는 “우리 사회는 지금 매일 욕지거리와 쌍소리 악다구니로 해가 뜨고 지는 세상이 됐다”는 김훈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말 그대로 온갖 말이 난무하는 사회다. 불행하게도 그 한 가운데에 KBS가 있다. 자초한 일”이라며 “KBS가 우리 역사의 저주,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자학 사관을 버리고 과거 들추기를 접고 미래로의 전진을 역설해야 한다”고도 했다.

황 앵커는 1992년 KBS에 입사해 사회부, 통일부, 정치부 등을 거쳤으며 뉴욕 특파원을 지냈다. 2015년 1월부터 KBS 뉴스 9 앵커를 맡았고, 2018년 4월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교체됐다.

당시 황 앵커는 KBS 후배 기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차장급 기자들은 황 앵커에 대해 “부당한 권력 비판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은 채 정부의 확성기 노릇에 매진한 자가 어떻게 아직도 공영방송 메인뉴스의 앵커를 할 수 있느냐”며 퇴진을 촉구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