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 삭감은 모든 직원의 권리” 황당한 中게임회사

입력 2020-11-10 00:10
(왼쪽)중국 둬이네트워크 사장 쉬보. 중국 비주얼네트워크 (오른쪽) 사장 쉬보가 직원들한테 전달한 '자진삭감' 메시지. 홍싱신문

중국에서 한 게임 회사가 수익이 크게 늘었다며 직원들의 ‘자진 봉급 삭감’ 신청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회사는 지난해 직원들로부터 돈을 받고 사장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황당한 이벤트를 벌여 지탄 받기도 했다.

중국 홍싱신문은 8일 광저우의 인터넷 게임회사 둬이 네트워크가 직원들의 월급 자진삭감 신청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싱신문에 따르면 이 회사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회사의 효율이 상당히 좋고, 수익도 크게 올랐다”며 “회사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월급을 깎을 것을 허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청자는 모두 통과돼 매달 10%씩 대우가 깎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의 수입이 늘었는데도 직원들 월급을 올려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깎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발언을 한 사람은 쉬보 사장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직원의 내부 폭로로 밝혀졌으며, 스크린샷을 공개한 직원은 퇴사했다고 홍싱신문은 보도했다.
지난 7일 둬이네트워크가 논란이 된 상황에 대해 해명한 내용.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봉급 삭감에 동참하고 있으며 내부고발 직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홍싱신문

회사 측은 이 글이 논란이 되자 지난 7일 해명문을 올렸다. 회사 측이 올린 공지에는 “자원해 봉급을 삭감하는 것은 직원의 권리이며, 오래된 직원들과 고위 경영진은 이미 100% 자발적 봉급 삭감에 기쁘고 만족스럽게 동참했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이번 사건을 폭로한 퇴직 직원의 이름, 근무경력 등을 공개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회사는 “입사 후 4개월 동안 업무가 태만하여 비판을 받았으며, 회사 영업 기밀을 유출한 뒤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 자발적 봉급 삭감은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2019년 둬이네트워크가 진행한 '쉬 사장님에게 보내는 감사 메시지' 이벤트. 쉬 사장에게 보낼 액수를 골라 메시지와 함께 전달된다는 내용. 홍싱신문

이 회사는 앞서 2019년에는 ‘사장님에게 감사 의견 보내기’ 이벤트도 열었다. 쉬 사장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려면 100위안(약 1만6000원)부터 500위안(약 8만4000원) 사이의 금액 중 하나를 선택해 보내야 한다. 회사 측은 “고용된 지 1년이 넘은 직원은 연말을 맞아 쉬 사장에게 감사의 말이나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며 “돈 봉투는 행정부가 대신 받아 관리할 것이며, 다음 달 세후 임금에서 공제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전했다.

쉬 사장은 일부다처제 옹호, 여성 고등교육 반대 발언 등 여성 차별적 발언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둬이네트워크는 직원 2000명 규모에 2015년 연간 순이익 10억 위안(약 1683억)을 넘긴 대기업이다. 2017년에는 중국 100대 인터넷 기업 중 25위를 차지했다.

김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