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美민주당 인맥’ 찾기 쉽지않네…대신 중국통 대거 포진

입력 2020-11-10 05:00 수정 2020-11-10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으로의 미국 정권 교체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미 민주당의 바이든 인맥 접촉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명박·박근혜정부와 시기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문재인정부에선 최근 미 민주당 라인과 깊게 교류할 여지가 적었다.

국회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국회, 특히 민주당 내에선 눈에 띄는 미국통 인사들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 외교가에선 한국의 국회 외교안보 핵심 포스트에 중국통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데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향후 4년간 국회를 이끌어갈 거대 여당에서 이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적지 않은 오해가 쌓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그러나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미국 민주당 행정부와의 네트워크가 건재하다”며 “싱크탱크와 학계, 바이든 캠프 참여자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어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한반도태스크포스(TF)는 오는 16일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미 행정부에 정통한 외교가 인사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민주당 권력이 최소 4년 이상 갈 텐데 국회 내 주요 포스트에 중국통 인사들이 매우 많은 점을 미 조야의 인사들 사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회 내 주요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 민주당 지도부에 중국에 정통한 분들이 많아 정서적 온도차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절대 겉으로 표를 내지 않는다”며 “미국 정권 교체기를 맞아 선제적으로 조 바이든 당선인 인맥을 발굴,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국회 내 여권 지형을 살펴보면 중국통 인사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국회 상임위원회에도 민주당 소속 중국통 의원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도 사실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송영길 의원,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중국 유학을 다녀온 대표적 중국통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도 이광재 의원 등의 주재로 중국을 여러 차례 다녀오면서 신(新) 친중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박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역시 중국 우한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국회 외통위와 국방위는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상임위”라며 “미 외교가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민주당 한반도TF 단장을 맡고 있고, 김 의원과 황 의원도 TF 소속이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는 노웅래 최고위원이 중국통으로 꼽힌다. 노 최고위원은 2008~2009년 중국 베이징대 국제정치대학원에서 연구학자를, 2009년 중국 우한대 국제정치학과 객좌교수를 지냈다. 이해찬 전 대표도 대표적인 친중파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 박 의장과 함께 문 대통령 방중을 보좌했다. 2017년 대중 특사 자격으로 방중해 시 주석을 면담했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도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건 중국의 저인망식 교류 확대다. 이 소식통은 “20대~21대 국회에서 중국통 의원들의 중재로 많은 초·재선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해 의원 외교에 나섰다”며 “이런 움직임들이 미국 외교가를 자극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대표적 친미 의원이었던 김병주 의원이 주한 중국 대사관 행사에서 한·미 동맹의 상징적 캐치프레이즈인 “같이 갑시다”를 건배사로 제안했다. 이수혁 주미대사 역시 “70년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 70년도 미국을 선택해야하는 건 아니다”며 한·미 동맹 선택론을 밝혀 미 행정부를 자극한 바 있다.


민주당은 그러나 중국통, 미국통이라는 도식적 분류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송영길 한반도 TF 단장은 “김대중·노무현정부 10년 동안 민주당이 만들어온 네트워크가 전재하고, 나아가 부시·트럼프 행정부와도 외교적 소통을 확대하고 인적 자산을 만들어온 바 있다”며 “단순히 해외 유학 국가 등을 두고 분류하는 건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호 의원도 “과거부터 미국 민주당하고 연결된 인적 자산이 많고 싱크탱크와 학계, 대선 캠프 참여자들과도 공고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며 “외교부도 공공외교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 측과 관계를 잘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든 당선인은 박근혜정부 시절 천안문 망루 외교 이후 ‘잘 선택하라’고 정부에 언질을 준 바 있고, 오히려 중국이 이후 우리 정부의 친미 스탠스에 많은 우려를 해왔다”며 “남북미 중심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사드(THAAD) 배치 등 일련의 흐름 속에서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강준구 양민철 이가현 박재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