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고 있는 오픈마켓이 최근 판매 윤리 문제로 시끄럽다. 허가 없이 동물이나 의약품, 담배가 은밀히 거래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신생아나 장애인을 판다는 비윤리적 게시물도 올라오고 있다. 업체들은 저마다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해 필터링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9일 국내 주요 오픈마켓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와 앱 ‘당근마켓’ 등을 돌아보니 현행법을 어기고 게시된 물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한 이용자는 ‘강아지를 위해 좋은 가족을 찾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 작성자는 암컷과 수컷을 각각 60만원과 5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아이디만 다르게 같은 강아지 사진과 글이 반복적으로 게시돼 있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동물은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판매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팔기 위해서는 등록번호와 업소명, 전화번호를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게시물들에는 ‘허가를 받았다’는 주장만 있을 뿐 등록번호와 업소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오픈마켓에서는 인터넷에서 살 수 없게 되어 있는 탈모치료제나 콘택트렌즈, 수제 담배 등이 거래되고 있었다. 탈모치료제의 경우 약사법에 따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 외 판매가 금지돼 있다.
이런 개방적인 구조 탓에 판매 윤리에 어긋난 글들도 많아지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장애인을 무료로 판다’는 글을 올린 10대의 신상을 확보해 상담기관에 보호처분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촉법소년인 게시자는 지난달 30일 비장애인 친구를 촬영해 글을 게시했다”면서 “당근마켓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함께 비윤리적 게시글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 미혼모가 심리적 이유로 신생아를 찍어 ‘아기를 팝니다’라는 게시글을 당근마켓에 올려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AI 필터링을 이용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거래금지 품목에 대해서는 머신러닝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면서 “이상 패턴을 보이는 게시글의 경우에는 이용자들의 신고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연맹 팀장은 “지금까지 장점만 부각돼 온 오픈마켓의 한계가 이제 드러났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과도한 규제를 하지 않는 선으로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